얼마전 핸디캡 5인 H씨와 라운드 했다.

첫홀 티잉그라운드에서 그가 말했다.

"오늘 무척이나 덥군. 오늘은 피니시에만 신경써야겠어"

그는 그날 비오듯 땀이 흐르는 날씨에도 불구 자신의 핸디캡대로
스코어를 냈다.

플레이가 끝난후 그에게 "첫홀 코멘트의 의미"를 물었더니 다음 대답이
돌아왔다.

"날씨가 무더우면 집중력도 흐트러지고 스윙이 느려집니다.

특히 다운스윙이 느려져요.

더위로 인해 머리가 멍해지는 현상과 느려지는 스윙을 바로 잡을 수 있는
방법은 피니시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구력 15년 동안 온갖 날씨에서 다 플레이해 본 경험에서 볼때 그런
생각이 드는 군요"

H씨의 얘기는 십분 이해가 갔다.

후덥지근한 날씨에는 스윙이 흐트러진다.

머리속에서는 열심히 친다고 해도 몸이 늘어지며 힘 없는 구질이 나온다.

그런 상황에서 벗어나는 길은 역시 피니시.

스윙의 종착역이 피니시이니만치 피니시만 제대로 해 준다고 다짐하면
그 과정상의 잘못이 어느정도 예방될 것이다.

또 피니시가 된다는 것은 볼을 때리지 않고 스윙으로 친다는 의미
아닌가.

그런데 그 말을 듣던 친구 한명이 농담삼아 덧붙였다.

"모두들 스윙을 천천히 하라고 하는데 더위로 인해 스윙이 자동적으로
느려지면 더 좋은 것 아닌가"

그러나 "스윙을 천천히 하라"는 가르침은 임팩트순간의 스피드를
극대화하기위해 스윙 템포를 맞추라는 뜻.

몸이 늘어지며 스윙이 느려지는 현상은 임팩트도 부실하다는 뜻이 된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9월 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