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사회에서 빠찡꼬는 도박이 아니라 "문화"로 비쳐질 정도로 국민적인
"사랑"을 받아왔다.

이처럼 뜨거웠던 빠찡꼬의 열기가 일본 열도에서 급속도로 식어가고 있다.

일본의 경기부진에 따른 일시적인 불황이라는 차원을 넘어 구조적으로
일본 사회에서 빠찡꼬가 설 땅을 잃어가는 큰 변화가 일고 있다.

빠찡꼬 업소의 지난 한해 매출총액은 한화로 따져 1백85조4천억원정도인
것으로 알려져있다.

이 매출총액은 전년대비 7.5% 감소한 것인데 빠찡꼬 업소의 매출이 감소한
것은 15년만에 처음 있는 충격이었다.

문제는 금년들어 상황이 몇배로 악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올들어 7월까지 문을 닫은 업소가 76개나 되는 것으로 드러났다.

작년에만 해도 부도난 업소가 한해 통틀어 65개에 불과했는데 금년에는
7개월만에 부도수가 70개선을 넘어선 것이다.

빠찡꼬 업자들은 불경기로 인해 손님들 호주머니가 가벼워진 점에 대해선
크게 염려하지 않는다.

경기만 돌아서면 해결될 문제이기 때문이다.

업자들이 정말로 우려하는 점은 빠찡꼬를 보는 일본인들의 시각이 부정적
으로 바뀌고 있다는 것이다.

컴퓨터 게임기가 빠찡꼬의 대체재로 등장한 가운데 최근엔 빠찡꼬에
정신이 팔린 부모가 2살배기 딸을 집안에 혼자 두고 이를 즐기다 아이를
질식해 죽게 만든 사건이 발생했다.

업자들은 은행이 대출을 꺼림에 따라 구식 빠찡꼬 머신을 계속 쓸 수밖에
없어 신세대 고객 잡기에도 실패했다.

그래서 빠찡꼬가 즐비한 도쿄 이케부쿠로의 골목에서 업소들이 사라지는
미래가 얼마 남지 않았다는 성급한 전망까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 양홍모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9월 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