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도 나람살림을 설계하는 98예산안이 당정간 협의를 통해 8일 확정됐다.

이 예산안은 오는 18일 대통령에 보고되고 바로 국회에 제출될 예정이다.

이날 확정된 98예산안은 총액과 증가율에 있어 긴축재정 기조가 무너졌다는
점외에도 예산 내용과 구조에 있어서도 소모성 정치성 증액편성이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기업과 국민들에게는 뼈를 깎는 자구를 요구해온 정부가 선심성, 일회성
지출을 크게 늘린 예산을 편성하고 있다는 점에서 논란이 예상된다.

이날 당정 협의에서 합의된 내년도 예산 총액은 정부안보다 최소한 1조원
이상은 늘어난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정부는 당초 올해보다 약 5~6% 늘어난 75조원선의 예산안을 마련했었으나
당정 협의 결과는 약 7% 가까이 늘어난 76조원이 되고 말았다.

당정이 발표한 증액 항목을 모두 집계하면 8천8백억원에 달하고 여기에
대통령이 결정하도록 남겨진 방위비와 정부 인건비를 합치면 늘어나는
예산은 모두 1조원 이상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를 올해의 실행 예산 69조9천억원에 비교하면 증가율은 9%를 넘어설
것이 확실시 되고 있다.

국회심의과정에서 다시 야당몫이 추가된다면 증가율은 10%를 훌쩍 넘어
서게 될 전망이다.

내년 예산증가율이 10%에 이르게 된다면 이는 정부가 추정한 내년도 물가
상승률 4.5%의 두배가 넘는 수치가 된다.

정부는 당초 올해 예산을 사실상의 동결예산으로 편성하겠다고 여러차례에
걸쳐 강조했으나 결국 두자리수의 증가율이 우려되는 상황으로 떠밀리고
있는 셈이다.

예산의 총액도 그렇지만 이날 증액된 항목들은 더욱 많은 문제를 남기고
있다.

물론 농어촌 구조개선을 나무랄 수는 없고 사회적 약자들에 대한 배려도
정부의 기능중 하나다.

그러나 증액된 예산항목중 상당수는 대선을 앞둔 여당이 표를 모으기 위해
동원한 일회성 지출 항목들의 성격이 짙다는 점에서 국회 심의 과정에서
논란이 예상된다.

예를들어 교직수당을 현행 19만원에서 4만원(21%)이나 대폭 인상한 것이나
농업후계자 육성 지원금 등을 대폭 늘린 것은 정치적 고려 때문인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특히 바르게살기운동 중앙협의회와 자유총연맹 등 사회단체 지원금을 50%
이상 인상한 것, 여성의 집 지원금, 집배원 출장비 등을 인상한 것은 정부
여당의 선거전략적 목적을 가진다는 오해를 받을 수 있는 여지를 남기고
있다.

< 손상우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9월 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