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로그룹의 화의신청은 채권자보호를 표면에 깔고 있으나 장진호회장의
경영권방어와 주요계열사의 연쇄부도를 막기위한 다목적 포석이라는 분석
이다.

화의신청은 경영권을 1백% 보장받은 상태에서 채권단과 합의한 절차와
방법에 따라 최소한 5~10년이라는 시간적 여유를 갖고 채무를 변제할수 있는
제도다.

진로가 화의신청이라는 마지막 카드를 내민 것도 바로 이런 메리트 때문
이다.

진로가 의도하는것은 이뿐만 아니다.

법원이 화의신청에 따른 재산보전처분결정을 하면 채권단의 동의서를 받는
기간동안(통상 2개월이상)은 보증채무의 상환을 유예시킬수 있다는 점이다.

오는 25일 부도유예협약적용시한이 만료돼도 일정기간 보증채무의 변제
부담에서 벗어날수 있는 것이다.

진로는 채권은행단의 화의신청수용을 일단 낙관하고 있다.

담보를 확보하고 있는 제1금융권의 경우 법정관리와 화의절차중 어떤
방식을 취해도 별다른 이해관계가 없고 담보권이 취약한 제2,3금융권은
진로가 파산할 경우 원금의 일부만 상환받게돼 화의수용을 마다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 진로측 생각이다.

그러나 한편으로 걱정이 없는 것도 아니다.

채권은행단이 화의대신 법정관리후 제3자 매각방식을 취할수도 있기 때문
이다.

일부 경쟁업체들이 이럴 경우에 대비, 지난 봄부터 진로인수팀을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그 우려가 증폭되고 있다.

사실상 진로그룹전체를 화의신청이라는 벼랑으로 내민 것은 자구실적 부진
에도 원인이 있지만 단기적으로 엄청난 주세부담과 운영자금부족이 겹쳤기
때문이라는 것이 업계의 시각이다.

오는 20일까지 국세청에 납부해야할 5백억원의 주세와 추석을 앞두고 운영
자금부족에 따른 미지급금의 지급요구가 일시에 폭주한 것이 진로의 자금
사정을 급속도로 악화시켰다는 것이다.

지난 4월21 부도유예협약적용 1호기업으로 선정된 이래 현재까지 자구추진
실적이 당초 1조2천억원의 30%에도 못미치고 있지만 그룹의 주요채무가
내년 7월까지 동결된 상태이기 때문에 화의신청을 내게된 직접적인 원인은
아니라는게 진로측 설명이다.

진로는 이번에 화의신청을 낸 (주)진로 등 6개 계열사 외에 진로플라즈마등
나머지 10개 계열사는 조속한 시일내 매각을 추진하되 여의치 않을 경우
파산후 청산처리 또는 화의절차를 밟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 서명림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9월 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