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성상가의 동쪽 벽은 최소강도조차 유지하지 못한채 기울어가고 있는
그야말로 종이벽이다.

보강이든 철거든 빨리 결정해야 한다" (구성상가 시공자 세창건영
박성박 전무)

"안전등급 D급 판정을 받은 건물은 얼마든지 있다.

굳이 우리 건물에 대해서만 퇴거명령을 내리는 건 행정권의 남용이다"
(유성상가 번영 회장)

40년된 한 남대문 상가건물의 철거여부를 둘러싸고 논란이 일고 있다.

남대문파출소 맞은편 남대문시장 입구에 위치한 가죽제품시장 유성남도상가
(이하 유성상가) 건물이 그곳.

유성상가건물 붕괴우려로 1년반동안 공사를 못하다 최근 설계를 바꿔
바로 옆에서 건물을 신축중인 구성상가는 안전을 위해 조속한 철거를
요구하고 있다.

반면 유성상가측은 상인들의 생계도 걸려있고 하니 보다 신중해야 한다며
반발하고 있다.

문제의 발단은 동쪽 옆 구성상가건물이 95년 헐리고 이에 가려왔던 동쪽
외벽이 외부로 드러나면서 부터.흉하게 금이가고 기운 모습이 육안으로도
불안할 정도였다.

구청은 유성상가 측에 정밀안전진단을 지시하고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구성상가 재건축공사를 보류시켰다.

진단결과 보수보강이 어렵고 재건축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동쪽 벽은 이미 14mm 기운 최악의 안전도로 판단했다.

2천이상 나와야하는 콘크리트 강도가 훨씬 못미칠 뿐 아니라 철근은
녹슬고 삭아서 인장강도가 최악이고 보와 기둥에도 무수한 균열이
관찰됐다.

현재 본격적인 굴착작업에 들어간 구성상가는 유성상가가 언제
붕괴될 지 모르니 빨리 건물을 폐쇄하고 강제퇴거 등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만에 하나 잘못 땅을 파다가 사고라도 나면 돌이킬 수 없는 책임을 져야
하기 때문이다.

중구청도 정밀진단 결과에 따라 지난 6월 D급 건물으로서는 이곳에
처음으로 퇴거명령을 내리고 수도사업소와 한전에 단전 단수조치를
요구했다.

1천명의 유동인구가 위험에 처할 지도 모른다는 부담때문이었다.

이에 대한 유성상가 지주회와 상인회측의 입장은 미묘하다.

재건축을 하고싶긴 해도 지주 14명에 입점상인 4백여명 등 이해관계자가
많아 당장 재건축 합의를 얻어내기 어렵다.

안전진단서가 제시하는 대로 보강하려 해도 비용이 6억원이나 들고
그나마 1년정도 밖에 수명연장 효과가 없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현재 유성은 구청에 새로운 보강법을 알아볼테니 시간을 달라고 요구,
이달 20일까지 시간을 얻어놓은 상태다.

이들은 또한편 퇴거나 단전 단수 등 조치를 당국이 취해올 경우 법적
대응도 불사할 태세다.

"유성상가 문제를 가장 깨끗한 해결하는 것은 재건축이다" (중구청
건축과 전재홍 주임)

< 김주영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9월 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