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회의와 자민련의 후보단일화 협상이 1차 협상시한인 9월30일까지
성사될수 있을까.

양당은 그간 4차례의 비공개 협상소위에서 <>내각제 개헌시기 <>공동정권
구성및 운영방법 <>단일후보 결정방법 등 핵심쟁점에 대해 대략적인 합의점에
도달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양당은 그러나 "단일후보는 국민회의 김대중 자민련 김종필 총재간의
대타협으로 결정한다는 원칙"만을 확인했을뿐 핵심인 "누가 단일후보가 될
것이냐"에 대해서는 한치의 양보도 없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국민회의측은 상대적으로 당세가 약한 자민련에게 하기 정권의 지분을 50%
주고 내각제를 수용한 만큼 당연히 후보는 김대중 총재가 되어야 한다는 것을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자민련은 그러나 9일 의원세미나 결의문을 통해 "야권후보는 김종필 총재로
단일화 되어야 한다"고 못박았다.

또 당의 비주류인 한영수 부총재를 중심으로 한 54명의 원외지구당 위원장
모임인 "푸른정치모임"도 이날 모임을 갖고 "당의 존립을 위해 김종필 총재가
독자출마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기, 후보단일화 성사 가능성을 어둡게 하고
있다.

특히 자민련 김총재는 이날 의원세미나 퇴소식에서 "연내 내각제 개헌을
전제로 여권과의 연대"를 제기한 자신의 발언에 대해 "밝힐수는 없지만
신한국당에서 어떤 이야기가 나한테 왔다"며 "그래서 기본적인 것을 김영삼
대통령에게 확인시킨 것"이라고 말해 여전히 "여권과의 연대"를 추진할
방침을 분명히 했다.

이에 따라 정치권에서는 "후보단일화 협상은 물건너간 것 아니냐"는 전망도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자민련이 당분간 국민회의와의 후보단일화 협상보다는 "내각제 개헌을 위한
여권과의 연대"로 무게중심을 옮겨갈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자민련의 상당수 의원들도 "9월 30일 "DJ로 단일화"될 경우 당의 존립근거가
없어진다"며 조기 단일화에 대한 강력한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김총재가 8일 후보단일화와 관련, "왈가왈부 하지말고 나에게
맡겨달라"고 말한 것도 "조기단일화"보다는 다른 선택을 염두해 두고 있는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상황이 곧 후보단일화 협상의 결렬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라는게 정치권의 지배적인 견해이다.

김총재가 사석에서 "단일화는 선거에 임박해서 해야 한다"는 말을 수차례
해, 단일화에 대한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는데다 자민련이 여권과의 연대가
여의치 않을 경우에는 "국민회의와의 공동집권"이라는 카드를 적극적으로
고려하지 않을수 없기 때문이다.

김총재가 이날 의원세미나에서 후보단일화 협상팀을 이례적으로 격려한
것도 단일화 가능성도 포기하지 않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 김태완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9월 1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