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가 지코치에게 병원으로 업혀가면서 결심한 것은 절대로 이
믿음직스러운 남자를 놓치지 않겠다는 것이었다.

그녀는 울음이 터질 것 같은 기분으로 애원한다.

"소사장님, 역시 나는 촌여자라서 안 됩니다.

꼭 한번만 지코치를 만나게 해주이소"

"정히 그러시면 내가 주선은 해보겠습니다만, 더 좋은 아이들이 얼만든지
있는데... 꼭 마음 변한 남자를 원하십니까?"

"나는예 그 남자를 잊을 수가 없습니더"

그녀는 양주를 한잔 꼴깍 마시더니 한잔을 더 따라 마시면서 아까보다
더 대담해진다.

"소사장님,이렇게 까무러칠 것 같이 비관해본 적은 없입더. 정말 희한한
싸나입니더"

"힘 좋다는 소리는 들었습니다"

"힘 뿐인가요? 어느 날은요, 나를 업고 방을 맴돌면서 노래를 불러줍디더.
무슨 미국 노랜데, 노래도 너무 사랑스러워예. 나는 마 못잊습니더. 그렇게
정열적이고 여자를 사랑할줄 아는 남자는 이 세상에 없습니더"

"큰일 났군요. 지금 그놈아 때문에 죽어가는 여자가 또 하나 있습니다"

"또 있다구요? 누군데예? 좀 알믄 안 되겠습니꺼?"

"모 재벌의 딸인데, 그 애도 내가 여기서 그 녀석과 만나게 해주었지요.

둘이서 죽기 살기로 붙어 다니더니 드디어 동티가 난거라. 그 애는
깡패들에게 맞아죽게 되어서 피신까지 갔어요.

그래도 못 떨어지고 죽는다 산다 하더니 그만 잠잠해서 이제 됐나 했더니
이번에는 또 백여사님이 그렇게 됐군요.

허허허허, 그놈 참 염복 하난 타고났나 봐요"

백옥자는 자기처럼 배신당한 그 여자가 궁금하다.

"그러면 그 여자가 지금 지코치와 다시 만나는가요?"

그녀는 정말 심각하다.

자기의 모든 것을 걸었던 남자가 자기를 안 돌보니 이런 기막힐 데가
있나?

"소사장요, 나는 어쩜 좋소! 죽어도 지코치를 못 잊을 것 같소. 나 좀
살려주소"

그녀의 팬티는 배꽃향기로 흥건히 젖어 있다.

정말 지영웅이 그리워서 미칠 것 같다.

그녀의 리비도는 광란한다.

온몸이 부르르 떨리며 털구멍마다 소름이 돋는다.

아이구 지깡쇠! 나 좀 보소 잉.

"골프연습장에라도 가보시지요?"

"지코치는 두달 후까지 학생이 밀려서 더 받지 못한대요.

그리고 시간을 내주지 않아요.

나에게 그럴 수가 없을 것 같은데,마음이 변하면 그렇게 되는 것이
남자들인가 몰라도"

그녀는 또 홀짝 양주를 들이켠다.

취하면 잊을 거나? 백옥자 여사, 정말 큰병났네 그려! 사랑병은 사랑밖에
고치는 약도 장사도 없는데.

(한국경제신문 1997년 9월 1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