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용 목요시평] 의료산업과 시장경제 .. <전남대 교수>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일반 사람들이 가장 가기 싫어하는 곳 세 곳을 들라면 관공서 경찰서
병원이 단연 으뜸을 차지할 것이다.
문민정부 지방자치제 등으로 관공서와 경찰서의 문턱은 낮아지고 있지만,
병원만은 여전히 사람 대접을 받지 못하는 곳으로 남아있다.
응급실 바닥에 길게 누워 있는 응급 환자들, 3분동안의 진료를 받기 위해서
몇시간을 기다리고 있는 환자들, 졸면서 걸어가는 수련의들, 언제나 만원인
입원실, 불친절한 직원들, 보호자들로 북적거리는 입원실.
이러한 현상들은 병원, 특히 종합병원에 가본 사람이면 누구나 한번쯤
목격하거나 경험해 보았을 것이다.
우리 나라에서 의료에 있어 소비자 주권은 요원한 이야기다.
친절한 미소로 정성을 다하는 의사는 텔레비전 속이 아니고는 찾아보기가
쉽지 않다.
의료는 건강은 물론 생명과 직결되는 문제다.
따라서 의료서비스에 대한 수요는 그 가격이 높아지더라도 수요량이 크게
줄지 않는 특성을 가진다.
더욱이 소득이 증가하면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 의료서비스에 대한
수요는 소득증가율보다 더 높은 비율로 증가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의사 치과의사 한의사 등 의료인력 1인당 인구수는 1980년
에 비해 1994년에 3분의1 또는 절반으로 줄었고, 병상당 인구수도 약 3분의1
로 줄었다.
그러나 이 기간 동안에 1인당 국민소득은 5배이상 증가했다.
의료서비스 체제가 나아졌다고는 하지만 소득증가로 인한 수요증가에
비하면 의료 서비스의 공급, 특히 의사의 공급증가는 상대적으로 오히려
퇴보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의사가 수요에 탄력적으로 공급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의학협회 등 관련
이해단체에 의한 공급제한 때문이다.
의료 관련 이해 단체들은 의료서비스의 내용은 전문가들만 알지 소비자들은
잘 모른다는 정보의 비대칭성 문제 때문에 의사의 자격을 엄격하게 정해놓고,
공급을 그 기준에 도달한 사람들로 제한해야 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한마디로 의과대학의 정원이 늘어 의사의 수가 늘어나면 의료서비스의
품질이 낮아질 것이라는 이야기다.
일견 환자의 편에서 보면 품질높은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아주 좋은 방법인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의사의 수가 늘어나면 정말로 의료서비스의 품질이 낮아질 것인가.
그에 대한 답은 명백하다.
그동안 의사의 공급을 제한하였기 때문에 그만큼 의료서비스의 품질이
높아졌다는 증거는 아무데도 없으며, 의료서비스의 질적 하락을 막기 위해
의사의 공급을 제한한다고 하였지만, 결국 부족한 의사들 때문에 병원의
문턱은 높아지기만 했다.
의료산업에 대한 인위적인 장애는 의료산업에서 자원배분이 효율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을 방해하여, 의사의 공급제한으로 실질적인 득을 보고 있는
것은 결국 기득권을 가진 의사 집단이지 수요자인 환자 집단이 아니다.
의료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터무니없이 낮게 책정되어 있는 보험료 등
보험제도의 개편과 의료인 시술에 대한 정보공개 등 동시에 해결되어야 할
사항이 많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의료서비스의 공급이 수요에 탄력적으로
대처할 수 있도록 인위적인 공급제한을 없애야 한다.
의사수가 늘어난다고 해도 의료계가 우려하는 것처럼 의료서비스의 품질은
떨어지지 않는다.
다시 말해 의사들의 수가 많아진다고 해서 실력없는 의사들이 판을 칠수는
없다는 것이다.
의사 수의 증가는 경쟁의 심화를 의미한다.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남보다 양질의 서비스를 낮은 가격으로
공급할 수 있어야만 한다.
따라서 의사의 공급이 늘어나면 의료서비스의 공급자인 의사, 그리고
의료기관간에 경쟁의 정도가 심해져 의료서비스의 품질이 높아짐은 물론
의료수가는 낮아지고 따라서 소비자의 후생은 높아진다.
더욱이 우리 사회에 적정한 의사 수는 의학협회나 보사부가 결정할 문제가
아니다.
적정한 의사의 수는 수요와 공급에 의해 형성되는 가격에 의해 결정된다.
현재의 의료수가가 의료인이 판단하기에 낮아서 원하는 수입이 보장되지
못한다면 그 사람은 의료계를 떠날 것이며, 그에 따른 가격조정이 이루어져
사회적으로 최적인 의사 수와 의료수가가 결정될 것이다.
의료산업이라고 해서 시장 논리에서 예외일 수 없다.
정부는 1996년 11월8일 각계 전문가 30명으로 구성된 "의료개혁위원회"를
국무총리 자문기구로 발족시켰다.
이 기구는 의료체계 개선, 의료인력 수급, 의료보장 내실화, 의료산업
육성, 한의학 발전 등을 연구하도록 되어 있다.
이 위원회는 아마도 의사면허제의 강화를 건의할 작정인 모양이다.
의개위가 의대 졸업후 단 1회로 되어 있는 의사 국가시험을, 졸업후 1차
시험에 합격한 뒤 일정 기간의 수련과정을 거쳐 2차시험에 통과해야만 개업
자격을 주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제도는 의료산업에의 진입을 억제하여 의사의 공급을 더욱 줄이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개혁이 개악으로 치닫는 것이 아닌가 심히 우려가 되는 건의이다.
환자는 볼모가 아니다.
환자는 정당한 비용을 지불하고 그에 따른 의료서비스를 받을 권리를 가진
소비자이다.
의사의 공급 제한으로 정말로 의료서비스의 질적 향상을 가져와 소비자가
이득을 보고 있는지, 아니면 기득권 유지와 독점화로 인해 의사 집단만
이득을 보고 있는지 꼭 짚어보아야 한다.
< 전남대 경제학부 교수 >
(한국경제신문 1997년 9월 11일자).
병원이 단연 으뜸을 차지할 것이다.
문민정부 지방자치제 등으로 관공서와 경찰서의 문턱은 낮아지고 있지만,
병원만은 여전히 사람 대접을 받지 못하는 곳으로 남아있다.
응급실 바닥에 길게 누워 있는 응급 환자들, 3분동안의 진료를 받기 위해서
몇시간을 기다리고 있는 환자들, 졸면서 걸어가는 수련의들, 언제나 만원인
입원실, 불친절한 직원들, 보호자들로 북적거리는 입원실.
이러한 현상들은 병원, 특히 종합병원에 가본 사람이면 누구나 한번쯤
목격하거나 경험해 보았을 것이다.
우리 나라에서 의료에 있어 소비자 주권은 요원한 이야기다.
친절한 미소로 정성을 다하는 의사는 텔레비전 속이 아니고는 찾아보기가
쉽지 않다.
의료는 건강은 물론 생명과 직결되는 문제다.
따라서 의료서비스에 대한 수요는 그 가격이 높아지더라도 수요량이 크게
줄지 않는 특성을 가진다.
더욱이 소득이 증가하면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 의료서비스에 대한
수요는 소득증가율보다 더 높은 비율로 증가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의사 치과의사 한의사 등 의료인력 1인당 인구수는 1980년
에 비해 1994년에 3분의1 또는 절반으로 줄었고, 병상당 인구수도 약 3분의1
로 줄었다.
그러나 이 기간 동안에 1인당 국민소득은 5배이상 증가했다.
의료서비스 체제가 나아졌다고는 하지만 소득증가로 인한 수요증가에
비하면 의료 서비스의 공급, 특히 의사의 공급증가는 상대적으로 오히려
퇴보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의사가 수요에 탄력적으로 공급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의학협회 등 관련
이해단체에 의한 공급제한 때문이다.
의료 관련 이해 단체들은 의료서비스의 내용은 전문가들만 알지 소비자들은
잘 모른다는 정보의 비대칭성 문제 때문에 의사의 자격을 엄격하게 정해놓고,
공급을 그 기준에 도달한 사람들로 제한해야 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한마디로 의과대학의 정원이 늘어 의사의 수가 늘어나면 의료서비스의
품질이 낮아질 것이라는 이야기다.
일견 환자의 편에서 보면 품질높은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아주 좋은 방법인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의사의 수가 늘어나면 정말로 의료서비스의 품질이 낮아질 것인가.
그에 대한 답은 명백하다.
그동안 의사의 공급을 제한하였기 때문에 그만큼 의료서비스의 품질이
높아졌다는 증거는 아무데도 없으며, 의료서비스의 질적 하락을 막기 위해
의사의 공급을 제한한다고 하였지만, 결국 부족한 의사들 때문에 병원의
문턱은 높아지기만 했다.
의료산업에 대한 인위적인 장애는 의료산업에서 자원배분이 효율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을 방해하여, 의사의 공급제한으로 실질적인 득을 보고 있는
것은 결국 기득권을 가진 의사 집단이지 수요자인 환자 집단이 아니다.
의료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터무니없이 낮게 책정되어 있는 보험료 등
보험제도의 개편과 의료인 시술에 대한 정보공개 등 동시에 해결되어야 할
사항이 많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의료서비스의 공급이 수요에 탄력적으로
대처할 수 있도록 인위적인 공급제한을 없애야 한다.
의사수가 늘어난다고 해도 의료계가 우려하는 것처럼 의료서비스의 품질은
떨어지지 않는다.
다시 말해 의사들의 수가 많아진다고 해서 실력없는 의사들이 판을 칠수는
없다는 것이다.
의사 수의 증가는 경쟁의 심화를 의미한다.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남보다 양질의 서비스를 낮은 가격으로
공급할 수 있어야만 한다.
따라서 의사의 공급이 늘어나면 의료서비스의 공급자인 의사, 그리고
의료기관간에 경쟁의 정도가 심해져 의료서비스의 품질이 높아짐은 물론
의료수가는 낮아지고 따라서 소비자의 후생은 높아진다.
더욱이 우리 사회에 적정한 의사 수는 의학협회나 보사부가 결정할 문제가
아니다.
적정한 의사의 수는 수요와 공급에 의해 형성되는 가격에 의해 결정된다.
현재의 의료수가가 의료인이 판단하기에 낮아서 원하는 수입이 보장되지
못한다면 그 사람은 의료계를 떠날 것이며, 그에 따른 가격조정이 이루어져
사회적으로 최적인 의사 수와 의료수가가 결정될 것이다.
의료산업이라고 해서 시장 논리에서 예외일 수 없다.
정부는 1996년 11월8일 각계 전문가 30명으로 구성된 "의료개혁위원회"를
국무총리 자문기구로 발족시켰다.
이 기구는 의료체계 개선, 의료인력 수급, 의료보장 내실화, 의료산업
육성, 한의학 발전 등을 연구하도록 되어 있다.
이 위원회는 아마도 의사면허제의 강화를 건의할 작정인 모양이다.
의개위가 의대 졸업후 단 1회로 되어 있는 의사 국가시험을, 졸업후 1차
시험에 합격한 뒤 일정 기간의 수련과정을 거쳐 2차시험에 통과해야만 개업
자격을 주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제도는 의료산업에의 진입을 억제하여 의사의 공급을 더욱 줄이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개혁이 개악으로 치닫는 것이 아닌가 심히 우려가 되는 건의이다.
환자는 볼모가 아니다.
환자는 정당한 비용을 지불하고 그에 따른 의료서비스를 받을 권리를 가진
소비자이다.
의사의 공급 제한으로 정말로 의료서비스의 질적 향상을 가져와 소비자가
이득을 보고 있는지, 아니면 기득권 유지와 독점화로 인해 의사 집단만
이득을 보고 있는지 꼭 짚어보아야 한다.
< 전남대 경제학부 교수 >
(한국경제신문 1997년 9월 1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