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콕 콸라룸푸르 자카르타 홍콩 상하이등 아시아 대도시에 호텔방이 남아
돌기 시작했다.

아시아 주요 도시에 별 넷급 이상의 특급호텔들이 우후죽순처럼 들어섬에
따라 객실 공급과잉 현상이 나타나, 이른바 "호텔 공황"이 우려되고 있다.

현재 고급호텔들이 제일 많이 넘쳐 나는 곳은 태국.

수도 방콕의 경우 현재 건설중인 호텔을 계산에 넣으면 별 다섯개짜리
초특급호텔의 객실수가 3년안에 60%이상 급증한다.

이렇게 되면 40-65%에 불과한 방콕의 특급호텔 객실이용률이 더 떨어져
이 지역 호텔업계가 극심한 불황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들어 특급호텔이 갑자기 늘어난 인도네시아의 자카르타에서는 현재
1백20달러(약 10만8천원)이면 시내 중심가의 최고급호텔에 묵을 수 있다.

또 신설 호텔이 계속 생겨나고 있기 때문에 금년말께에는 최고급호텔의
방 값이 1백10달러(9만9천원)선 이하로까지 떨어질 것이라는게 여행사측의
얘기다.

호텔 방값이 상대적으로 강세를 유지해온 홍콩에서도 사정은 서서히
달라지고 있다.

홍콩에서는 앞으로 2-3년안에 호텔 객실수가 32%정도 늘어날 예정으로
있어 호텔업계의 전망이 불투명해졌다.

아시아지역을 대상으로한 호텔업 컨설팅 전문기관인 호와스 아시아-퍼시픽
에 따르면 자카르타 콸라룸푸르 상하이 등 3개 도시에서는 앞으로 3-5년안에
별 넷급이상의 고급호텔 객실수가 배로 늘어난다.

이에따라 이들 도시 호텔의 방값은 지금보다 5-20%정도 떨어질 수 있다는
것이 이 컨설팅기관의 예측이다.

싱가포르 소재 컨설팅사인 JLW트랜스액트는 아시아의 주요 도시에서 도미노
현상같이 특급호텔 공급과잉 현상이 나타나고 있거나 나타날 것으로 예상
된다고 분석했다.

이 컨설팅사는 동아시아의 주요 도시에서 현재 건설중인 별셋급 이상 호텔
공사건만 해도 3백건이상 된다고 밝혔다.

파이스턴이코노믹리뷰지는 최신호에서 아시아지역의 호텔공급과잉을
보도하면서 서비스 경쟁력이 부실하다는 점까지 지적했다.

리뷰지는 아시아 호텔에 대한 서양인 고객들의 일반적인 평가를 인용해
"아시아지역 호텔들은 거의 예외없이 과일바구니를 선사한다"며 서비스
차이가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설상가상으로 신설 호텔들은 높아진 땅값등으로 인해 객실 한 개당 공정
투자비가 옛날 호텔보다 크게 비싸졌다.

10년전만해도 아시아 주요도시의 호텔공사에서 객실당 공정투자비로
20만달러정도가 들어갔으나 지금은 40만-65만달러도 들어간다는 것.

홍콩 리츠호텔의 경우에는 지금으로부터 4년전인 93년도에 세워졌는데
당시 객실당 65만달러가 들어갔다는 루머가 나돌며 호텔업계를 놀라게 했다.

이처럼 원가가 많이 들어갔는데도 불구하고 과당경쟁으로 호텔 객실
채우기는 갈수록 힘들어짐으로써 수익성이 악화되고 있다.

홍콩증시에서 호텔관련 주식들이 찬밥 취급을 받고 있는 것은 그만큼
아시아 호텔업계의 미래가 어둡다는 점을 반영하고 있다.

저렴한 가격으로 손님을 끌어들이는 가격차별화 마케팅도 한계에
부딪히면서 심각한 불황을 걱정하는 목소리만 높아지고 있는 실정이다.

<양홍모기자>

(한국경제신문 1997년 9월 1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