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산 유통업계가 일대 전환점을 맞고 있다.

명실상부한 쇼핑천국으로 다시 태어나는 것이다.

할인점의 전성시대를 구가하고 있는 일산에 백화점들이 대거 입주를 계획
하고 있어서다.

이제 일산 소비자들은 가까운 할인점에서 저가 생필품을 대량으로 살 수
있을 뿐 아니라 고급품 소비욕구도 동네에서 해결할 수 있게 된다.

이에 따라 신촌 마포등지의 알뜰쇼핑족은 일산으로, 일산의 고급 수요층은
서울 도심으로 원정 다니던 그동안의 교차 쇼핑행태도 뒤바뀔 전망이다.

쇼핑에 관한한 중저가에서 최고급 제품까지 완벽한 자급자족 체제를
갖추는 것이다.

일산은 지난 94년 신세계 계열 E마트가 들어선 이래 킴스클럽 까르푸
마크로 등이 잇따라 문을 열며 할인점의 전성시대를 맞고 있는 곳.

넓은 주차장과 싼 가격 그리고 풍부한 품목으로 지역 주민들 뿐만 아니라
신촌 마포 등 서울 고객들까지도 끌어들여 왔다.

이에 발맞춰 내년에만 킴스클럽 대화점 일산점 롯데 고양점 등이 새로
개장하는 등 일산에는 무려 9개 할인점이 영업을 하게 된다.

이에 맞서 롯데 뉴코아 등 백화점들이 내년중 3개 매장을 새로 개설하는
등 한바탕 역공을 준비하고 있다.

롯데는 내년 개장 예정으로 일산점 공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뉴코아는 화정점 등 두곳의 백화점을 내년중 개장한다.

서광도 올해말 예정으로 백화점을 짓고 있으니 내년까지는 일산지역
백화점은 모두 6개로 늘어나는 셈이다.

이들 백화점의 기본적인 전략은 고급화 및 차별화로 요약된다.

물론 뉴코아백화점처럼 지난해 40일보다 세배나 늘어난 "연중 세일"을
실시하는 곳도 있다.

그러나 기본적인 백화점의 컨셉트는 삶의 질을 추구하는 소비자층의 고급
수요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다.

이같은 백화점의 난립(?)은 특히 할인점의 기존 상권에 대해 백화점이
침투하는 것으로 백화점 아성에 할인점이 도전하는 일반적인 유통업계
싸움과 1백80도 다르다는 점에서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다.

물론 매장들이 끊임없이 들어서면서 업체간 경쟁이 격화돼 E마트의 경우
매출이 지난 95년 하루 3억5천만원 수준에서 요즘엔 2억~2억5천만원 수준
으로 떨어지는 등 업소당 매출은 점차 줄어드는 추세다.

그러나 업계 전체의 매출규모는 꾸준히 증가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백화점과 할인점은 경기침체로 뒷걸음질을 치고 있는 소매업 중에서
특이하게 성장세를 지속하고 있는 업태다.

백화점은 올 매출총액이 15조3천억원으로 지난해에 비해 15% 성장이
예상되며 할인점은 무려 1백50%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과열경쟁은 결국 출혈판매 과잉투자등 업체의 무리수를
불러와 유통업계의 대개편을 부채질 할 수도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백화점은 인구 12만명 할인점은 인구 10만명에 하나 꼴로 들어서야
한다는게 업계의 정설.

그렇다면 인구 30만명인 일산은 내년에 적정량보다 무려 3배 가까운
백화점 할인점을 가지는 셈이기 때문이다.

할인점과 백화점이 우후죽순격으로 들어서며 예견되는 일산의 유통대란.

격심한 경쟁에 일산의 소비자만 모처럼 활짝 웃게 됐다.

< 김주영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9월 1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