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5월 미국의 유력 일간신문 뉴욕타임즈는 담배 한갑을 팔때마다 우리
돈으로 6백52원의 사회적 이익이 난다는 흥미로운 기사를 실은 적이 있다.

흡연으로 인한 질병및 사망과 국민연금 수지및 세금 등 사회 전체적인
지출과 수입을 분석, 설명한 이글은 미국 듀크대학 키프 비스쿠시 교수의
주장을 인용한 것.

이 교수는 흡연으로 인한 비용을 크게 3가지로 구분, 계산했다.

담배를 피워 생길수 있는 질병 때문에 국가가 지출하는 의료보험비 보조가
한갑당 4백40원, 또 일자리도 잃게 돼 소득세가 3백20원 줄어든다.

여기에다 간접 흡연자의 피해가 2백원.

따라서 담배 1갑당 사회적으로 나가는 비용은 총 9백60원이라는 것이다.

지출 못지않게 사회적인 이익(?)도 생긴다는게 그의 주장이다.

담배를 팔면서 부과되는 세금이 1갑에 4백24원 또 흡연으로 인간의 수명이
짧아져 지급하지 않아도 되는 연금등 복지비용이 1천1백28원 등 모두
1천5백52원의 득을 보게 된다.

이렇게 나온계산을 감안하면 결국 담배 1갑에 6백52원의 이익이 나는 셈.

이익보단 사회적 비용의 절약이라고나 할까.

흡연으로 인한 수명 단축을 연금 절약 등 복지비용의 절감으로 연결하는
논리가 다소 비인간적이긴 하다.

그러나 요즘처럼 연금보험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싯점에서 담배
1갑의 수지분석은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노후에 대비한 연금이 개인은 물론 국가 사회적으로도 상당히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는 점에서 그렇다.

더욱이 퇴직금에 대한 우선변제 여부에 관한 논란이 한창 벌어지고 내년부턴
지금의 일시급퇴직금제도가 퇴직연금제도로 대체되면 최저생활을 보장하는
국민연금과 기업이 보장하는 퇴직연금 그리고 개인연금으로 이어지는 이른바
3층보장제도가 완성된다.

여기서 한가지 짚고 넘어야 할 대목이 있다.

같은 연금이라도 ANNUITY와 PENSION은 제도 자체가 다르다는 점이다.

Annuity는 우리말로 하면 개인연금같은 것.

이는 가입자가 낸 돈을 보험사 등이 운용, 원금과 이자 배당 등을 모아
가입자에게 되돌려 주는 형태이다.

국민연금 등 PENSION 제도는 이와 다르다.

노년층이 받는 연금의 재원이 수혜자가 낸 돈보다는 현재 일을 하면서
자신의 봉급중 일부를 갹출하는 일하는 세대의 돈에 더 의존하는게 일반적
이다.

자신이 모아 놓는 앞세대를 위한 연금 재원으로 쓰이고 정작 자신의 노후는
뒷세대가 낼 돈에 기댄다는 얘기다.

우리나라도 수명이 길어지고 출산률이 떨어져 인구가 줄어드는 선진국형
사회로 진전되고 있다.

국민연금같은 공적연금제도의 적자운영이 벌써부터 사회문제화되고 있는
것도 따지고 보면 이상한 일도 아니다.

노령화사회와 연금이 안고 있는 사회문제를 생각케 하는 담배 한갑의
경제학이 우리사회에도 적용되는 세상이 오고 있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9월 1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