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은행의 글로벌본드가 당초 계획보다 5억달러가 많은 15억달러 발행됐다.

이는 기아사태로 추락한 한국물의 위상이 나아지고 있는 징표로 해석되며
이에 따라 국내 금융기관들이 해외차입을 본격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산업은행은 미국 유럽 아시아시장 등 전세계 투자가들을 대상으로
15억달러어치의 글로벌본드를 11일 발행했다고 밝혔다.

이번 발행규모는 한국 금융기관이나 기업체가 해외에서 발행한 외화채권중
가장 크며 당초 예상보다도 5억달러나 늘어났다.

산업은행측은 장기채권은 조달코스트가 비싸고 발행조건이 조만간 더 나아질
가능성이 높은 점을 감안, 4년만기 9억달러, 7년만기 6억달러 등 2개 유형
으로 발행했다고 설명했다.

발행조건은 4년만기 채권의 경우 TB(미 재무성증권) 이자율(4년물, 6.23%)에
0.98%의 가산금리를 적용한 연 7.21%, 7년만기는 TB이자율(7년물, 6.347%)에
1.15%를 더한 연 7.375%이다.

당초 가산금리 수준은 최고 1.3%선까지 예측됐었다.

차입자금은 오는 17일께 유입될 전망인데 산업은행은 15억달러중 5억달러는
한국은행 수탁금 상환에, 나머지는 자체 외화자금 수요에 충당하되 필요할
경우 국내 금융기관 단기지원용으로도 쓴다는 계획이다.

산업은행의 글로벌본드 발행이 성공적으로 이뤄짐에 따라 추이를 지켜보면서
발행여부를 결정키로 했던 수출입 기업등 국책은행들은 즉각 발행채비를
서두르고 있다.

수출입은행은 해외차입 한도(8억달러 가량)를 감안, 이번에 발행하는 물량을
가급적 늘릴 계획이다.

금융계는 그동안 수출입은행이 발행조건 등을 꾸준히 타진해 온 탓에 빠르면
이달말께 4~5억달러를 발행할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기업은행도 2~3억달러 규모의 양키본드를 발행키로 하고 본격적인 작업에
착수했다.

다만 해외차입여건 악화의 직접적인 계기였던 기아사태가 이달말께 어떤
형태로든 결말이 날 경우 발행조건이 나아질수 있다고 판단, 발행시기는
이달말께로 잠정 결정했다.

한편 국책은행의 해외차입이 본격화됨에 따라 국제 신용평가 기관의
신용등급이 상대적으로 높은 시중은행들의 차입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박기호 기자>

(한국경제신문 1997년 9월 1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