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컴퓨터업계에서 저가 상품이 돌풍을 일으키면서 침체됐던 시장에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

주로 가정 소비자들을 겨냥한 대당 1천달러(약 90만원)이하의 보급형
모델이 줄을 잇고 있는 것.

이들 제품은 전화 모뎀이 설치돼 있어 인터넷을 얼마든지 즐길 수 있는
것은 물론 CD(컴팩트 디스크)론 드라이브까지 설치돼 있어 폭발적인 인기를
불러 모으고 있다.

패커드벨사의 경우 매출이 가장 많은 2대 품목이 모두 대당 1천달러미만의
저가모델이다.

이들 품목이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0%에 달한다.

컴팩의 경우도 지난 6월부터 발매에 들어간 대당 9백99달러짜리
"프리사리오 2000"의 회사내 매출순위 2위 품목으로 자리잡았다.

이처럼 저가 모델이 날개돋친 듯 팔리면서 미국내 PC(퍼스널 컴퓨터)
판매량의 3분의 1을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

덩달아 PC의 가계 보급률도 부쩍 높아지고 있다.

PC를 갖고 있는 가정이 미국 전체의 38~40%를 기록하고 있는데 이어 "오는
2001년에는 53%로 높아질 것"이라고 미국 컴퓨터 전문연구기관인
포레스터사는 최근 밝혔다.

PC업계에 저가 모델 붐을 일으킨 곳은 삼성전자가 3년전 인수한
AST리서치사다.

삼성은 AST의 경영회생을 겨냥, 작년 4월 당시로는 파격적인 대당
9백99달러짜리 PC를 내놓았다.

대중 양판점업체인 월마트와 제휴해 출시한 이 제품은 정보처리 속도가
다소 늦은 486 프로세서를 내장했음에도 불구하고 그 해의 크리스마스때까지
무려 16만대가 팔리는 대히트를 기록했다.

11월 하순의 추수감사절 연휴때는 불과 다섯시간 사이에 3만5천대가 팔리는
기록을 수립하기도 했다.

"예전 같으면 집안에 PC를 들여놓을 엄두를 내지 못했던 증산층 이하의
가정에서까지 저가모델을 다투어 사들이고 있다"고 테리 베이커 AST
상품기획담당이사는 말한다.

PC시장에서의 가격파괴 행진은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

컴팩사가 최근 2백메가헤르츠의 펜티엄급 정보처리 속도를 지닌 PC를 단돈
7백99달러에 내놓은 것을 비롯해 다른 업체들도 비슷한 초저가품 출시를
서두르고 있기 때문이다.

< 뉴욕=이학영 특파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9월 1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