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반이 넘는 사람들이 간질은 유전된다고 믿기 때문에 간질을 앓았던 사람
혹은 간질약을 복용하고 있거나 간질환자를 형제로 둔 사람과의 결혼을
꺼린다.

그래서 간질에 걸린 것을 본인이나 그 부모가 배우자될 사람에게 쉬쉬하고
결혼직전에 또는 결혼후에 이런 사실이 드러날 경우 남녀관계가 파경에
이르는 경우가 많다.

또 간질은 못 고친다고 믿어 치료를 포기하는 사람도 많다.

입에 거품을 물고 눈동자가 돌아가고 손발을 떨며 온몸이 경직되는 현상을
경련발작(Seizure)이라고 하는데 뇌세포의 전기흐름이나 신경전달물질
체계에 이상이 있을 경우 나타난다.

간질(Epilepsy)은 이런 현상이 만성적으로 나타나는 경우다.

간질은 인구 1천명당 5명에 나타나는 것으로 추정되는데 이중 유전성에
의한 것은 2~4%에 불과하다.

또 유전적 경향이 있는 종류의 간질은 양성간질로 병의 증세가 가벼워
완치될 전망이 밝다.

반면 일반인의 생각과는 달리 악성간질일수록 유전성 경향이 미약하다.

결론적으로 유전되는 간질은 매우 드물며 항경련제등 약물복용으로 쉽게
완치될수 있다.

완치된 후에는 학습 운전 일상생활에 문제가 없다.

저절로 낫는 경우도 상당수다.

다만 대부분 평생토록 간질약을 복용해야 하는게 문제인데 임신기에 적절한
복약법과 산전산후관리만 이뤄진다면 정상인과 큰차이 없이 살아갈수
있다는게 간질전문의들의 지적이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9월 1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