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기업이나 외국계기업 등 취업의 틈새시장을 노려라"

전문가들이 추천하는 올해의 취업전략이다.

경기불황으로 기업마다 "몸집줄이기"에 골몰하고 있는 판에 대기업들의
신규채용만 바라보다가는 실업자로 전락하기 십상이다.

올해처럼 대졸자 고용시장이 완전히 얼어붙은 상황에서는 자격증을 한두개
딴다거나 토익점수를 높이는 등 평범하고 단순한 방법으로는 "바늘구멍"인
취업문을 뚫기 힘들다.

유망한 중소기업이나 벤처기업, 외국인업체 등 틈새시장을 공략하는 "방향
대전환"이 필요하다는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본사가 국내 42개 주요그룹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현대 선경 두산
코오롱 등 5개 그룹을 제외하고는 모두 올하반기 대졸자 채용 인원을 전년
수준에서 동결하거나 줄여 뽑을 예정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하반기동안 가장 많은 인원을 선발했던 삼성그룹의 경우 아직
정확한 채용인원을 결정하지 못한 상태다.

그러나 늘려뽑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혀 사실상 소폭 줄어들 공산이 크다.

현대그룹은 하반기채용을 52% 증가한 3천2백명선으로 늘리겠다고 발표
했지만 전반적인 사정은 마찬가지다.

더욱이 지난해 대기업들이 대졸자 채용당시 발표수치보다 적은 숫자를
뽑았다는 점에 비춰보면 신규채용을 전년수준으로 유지하겠다는 그룹도 막상
선발때는 인원을 줄일 가능성이 높다.

이에따라 전체적으로 올 하반기 10대그룹의 채용인원은 10%정도 감소할
것으로 취업전문기관인 인턴사는 전망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런 취업빙하기를 헤쳐가기 위한 전략은 무엇일까.

여기에 대해서는 전문가들도 곤혹스러워 한다.

우선 가장 손쉬운게 "되도록 많은 숫자를 뽑는 그룹이나 업종에 도전하라"
는 조언.

그러나 올해는 "많이 뽑는 기업" 자체를 찾아볼 수 없다.

그룹별로는 물론이고 업종별로도 대량채용사례는 드물다.

인력수요가 많을 것으로 예상됐던 유통과 정보통신분야도 실제 선발인원은
전년이하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사람이 모자란다고 해도 당장 일할 수 있는 "경력자"가 필요한 것이지
대졸 신참자를 원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김농주 직업평론가)이다.

인턴사의 조사에 따르면 제약, 화장품, 은행, 증권사정도가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으로 선발할뿐 나머지 업종은 모두 하반기 채용인원을 줄일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성을 강화하자는 차원에서 인기를 끌었던 자격증도 예년만큼 도움이
못될 전망이다.

채용감소는 "취업재수"마저 힘들게 하고 있다.

엄선된 인원을 뽑자니 취업고시에서 한번 실패한 사람을 꺼려하는 것이다.

실제로 현대그룹의 경우 응시자격 자체를 올 8월졸업자 및 내년 2월졸업자
로 제한, "취업재수생 응시불가"라고 못박았다.

이런 진퇴양난의 상황에서 전문가들은 "틈새시장 공략"을 권한다.

우선 사정이 어려운 대기업만 고집하기 보다는 전망있는 중소기업과
벤처기업의 문을 두드려보라는 것이다.

특히 벤처기업들의 경우 신규인력을 꾸준히 늘려가고 있다.

취업전문기관인 리크루트사에 따르면 올 하반기 벤처기업들의 업체당 평균
채용인원은 20~30명에 달할 것으로 조사됐다.

일부 유망벤처기업의 경우 대졸자 초임이 연봉기준으로 2천2백만원을
넘는데다 평균으로도 1천5백만원 전후로 대기업에 크게 떨어지지 않아
도전해볼 만하다.

조직이 비대하고 경직된 대기업과는 달리 유연성을 무기로 불황속에서도
호황을 누리고 있는 중소기업들도 있다.

외국계기업도 공략해볼만하다.

개방화 추세에 맞춰 국내에 진출하는 외국계 기업들이 늘고 있기 때문에
인력수요도 증가하고 있다.

이들 틈새시장의 공통점은 공채보다는 수시채용을 통해 신규인원을 충당
한다는 점이다.

따라서 채용정보를 수시로 체크하고 인터넷 등 컴퓨터 통신망에 이력서를
띄워놓거나 회사에 취업희망서를 제출하는 등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 노혜령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9월 1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