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 변화하면서 은행의 역할과 일도 달라지고 있다.

예금과 대출창구로만 인식되던 고전적인 은행이미지에서 탈피하고 있는
것이다.

때문에 "은행이 보수적이고 안정적"이란 생각도 상당부분 수정해야 할
때가 됐다.

은행간에도 치열한 경쟁개념이 도입되고 있다.

프로젝트파이낸싱 파생금융상품 등 고도의 금융기법이 갈수록 각광받고
있다.

금융산업개편 작업이 진행되면서 이른바 "금융빅뱅"도 눈앞에 와 있다.

금융빅뱅이란 쉽게 말해 은행에서 보험업도 영위하고 증권업무도 취급하는
것을 말한다.

은행 증권 보험 등 금융의 세축간에 업무영역이 허물어지는 셈이다.

앞으론 은행원이 보험도 해야하고 증권업도 해야 하는 시대가 온다.

결코 먼 미래의 일이 아니다.

정부가 진행중이거나 구상중인 금융개혁을 보면 당장 내년에라도 현실화될
것 같은 분위기다.

바꿔말하면 이는 은행이 역동적인 조직으로 탈바꿈하고 있다는 얘기도 된다.

예금장사와 같은 단순업무에서 좀더 고차원적이고 복잡한 업무로 영역을
넓혀가는 과정이다.

때로는 제조업 못지 않은 창의성과 순발력이 필요해진다.

금융상품도 아이디어 경쟁이 돼가고 있기 때문에 재치와 감각을 지닌
청년이라면, 그리고 도전의식을 갖고 있다면 은행에 자신의 인생을 걸어보는
것도 신중히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

<> 채용 전망

=한마디로 "좁은 문"이다.

평상적인 의미의 좁은문이 아니고 올해는 정말 그렇다.

은행들이 경영위기를 타개할 목적으로 감량경영에 나서고 있어서다.

간단한 예로 은행들은 지난 상반기에만 3천여명의 은행원들을 명예퇴직
형태로 내보냈다.

제일은행은 점포장급 1백70여명을 강제퇴직시켰고 서울은행은 무려
9백여명가량 옷을 벗겼다.

그러다보니 하반기 채용규모도 대폭 축소했다.

전체적인 규모로 본다면 지난해 하반기의 절반수준에도 될까말까 하다.

제일 서울 대동 외환은행 등은 아예 신규채용계획이 없다.

한미은행만 채용규모를 다소 늘렸을뿐 신한 장기신용 등 채용일정을 잡은
은행들도 대부분 전년수준에서 동결할 움직임이다.

<> 채용 절차

=은행들은 대체로 "서류-필기-면접 방식"을 택하고 있다.

필기라고 해봐야 인.적성검사 영어 정도다.

국민 등 일부 은행은 서류에 앞서 학교추천을 받는다.

영어는 토플성적이나 토익성적표를 갖고 있으면 유리하다.

영어시험을 치르는 은행들도 성적표를 제출하면 필기시험을 치르지 않아도
인정해준다.

전공시험은 한국 장기신용 하나 보람은행 등만이 치른다.

시험과목은 경제 경영 법학 전산 통계 등.

신한은행은 논술시험을 본다.

최근의 경제신문을 잘 들춰보고 주요한 이슈를 점검해보는 자세가 필요하다.

상업은행 등은 전산관련 자격증 소지자를 우대해준다.

한일 국민 신한 보람 동남 평화은행 등은 면접을 1, 2차에 나눠 두차례
본다.

일대일 면접, 다대일 면접, 토론면접 등 여러 경우를 대비할 필요가 있다.

<> 유의점

=은행들은 행동거지가 가벼운 사람보다는 무거운 사람, 은행에서 오랫동안
일할 사람, 튀는 사람보다는 진중한 사람을 선호한다.

무엇보다 조직원간의 융화를 우선시하기 때문에 조직생활에 잘 적응할수
있는 사람이라면 일단 후한 점수가 기대된다.

그러면서도 금융에 대한 식견을 보여야 한다.

얄팍한 지식을 내세우기보다 자신의 논리를 세워 정연하게 주장하는 태도가
필요하다.

은행들이 최근 관심을 갖고 있는 새로운 업무분야에 대해 나름의 전문적인
지식이 있다면 더 좋다.

면접에선 정리해고 금융개혁 부도유예협약 은행합병 금융개방 금리자유화
대기업 부도 차입경영 MMDA(시장금리부 수시입출금식예금) 금융위기 빅뱅
정크본드 특융 등에 관련된 질문들이 쏟아질 가능성이 높다.

<이성태 기자>

(한국경제신문 1997년 9월 1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