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 소득금액을 산정할 수 없어 소득표준율을 적용해 세금을 부과하는
추계과세의 경우 소득표준율이 적법절차에 따라 적정하게 산정됐는지에 대
한 입증책임은 세무당국에 있다는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특별1부(주심 정귀호대법관)는 12일 주택건설업자인 윤모씨가 부
산진세무서장을 상대로 낸 부가가치세등 부과처분취소 청구소송 상고심에
서 이같이 판시,원고패소판결을 내린 원심을 깨고 사건을 부산고법으로 되
돌려보냈다.

이는 업종과 기업규모및 현황등에 대한 구체적인 조사없이 업종별 소득표
준율만을 적용,과세처분을 내려온 관행에 제동을 걸고 실질과세의 원칙을
엄격히 해석한 것으로 주목된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추계과세가 실제 소득금액을 정확히 반영해 합리적
이고 타당성하게 이뤄졌는지 대한 입증책임은 과세관청에 있다"며 "윤씨에
게 추계과세의 부적법함을 입증할 책임이 있다는 것을 전제로 판단한 원심
은 법리를 오해한 것"이라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실질소득액을 산정할 수 없는 경우 정부가 조사해 결정
한 소득표준율을 적용했다고 해서 조세법률주의에 위배된다고 볼 수 없다"
며 "그러나 사업자의 업종,지역,규모등에 대한 구체적 조사없이 단지 국세
청장이 정한 소득표준율을 적용했다는 점만으로는 과세처분의 합리성과 타
당성을 인정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다만 "소득표준율이 관계규정에 따라 적법하게 결정된 것이 과
세관청에 의해 입증된 때는 그 구체적인 내용이 실제 소득을 반영하지 못한
다는 사실은 납세자가 입증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윤씨는 지난 87년부터 90년까지 5차례에 걸쳐 토지를 사들여 주택및 점포
를 신축,판매한데 대해 세무서측이 93년 4월과 6월 부가가치세 3천1백여만
원,종합소득세 1억1천여만원,방위세 9백여만원등 모두 1억5천여만원의 세금
을 부과하자 "세금이 과다하다"며 소송을 냈다.

<이심기 기자>

(한국경제신문 1997년 9월 1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