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름달만큼 넉넉한 한가위.

한가위 차례상은 예로부터 가가례라고 해서 지방이나 가정의 차이를
인정했다.

그러나 기본 차림법은 비슷한 편.

지나치게 형식에 얽매이기보다 한가지라도 정성스레 준비하는 마음가짐이
중요하다.

주부클럽연합회(회장 김천주)가 서울 경기지방을 중심으로 정리한 간소한
추석상 차림법을 알아본다.

일반제사 때는 술을 세번 올리지만 차례 때는 한번 올리며 차로 대신할
수도 있다.

풍요로운 수확을 감사하는 뜻에서 햇과일을 올리고 밥대신 햅쌀로 만든
송편을 놓는 것이 특징.

우선 차례상에 흰종이를 한장 깔아 북쪽에 놓고 상앞에는 돗자리를 놓는다.

상 뒤에는 화려한 그림보다 글씨가 있는 병풍을 치는 것이 좋다.

차례상의 가장 위쪽에는 지방이나 고인의 사진을 놓고 양옆에 촛대를
세운다.

신위를 마주보는 자리에 제주가 앉고 제주 오른쪽을 동쪽, 왼쪽을 서쪽으로
생각한다.

지방 맨앞쪽 첫쨋줄에는 잔반(잔과 받침대) 송편 시접(숟가락 젓가락을
놓는 제기)을 놓는다.

둘쨋줄에는 서쪽부터 국수 전 적 조기 송편을 차린다.

예전에는 소전(두부전) 어전(생선전) 육전(고기전)을 모두 놓았으나
요즘엔 한가지만 올리기도 한다.

불에 구워만든 것을 뜻하는 적도 육적 소적 어적중 한가지만 차려도 된다.

배열은 보통 어동육서라 해서 생선을 동쪽에 고기를 서쪽에 올린다.

생선은 동두서미로 머리가 동쪽을 향하게 한다.

셋쨋줄에는 탕을 놓는다.

육탕 어탕 소탕을 따로 놓거나 세가지를 합쳐놓아도 무방하다.

추석때는 합탕에 토란을 많이 넣는다.

넷쨋줄에는 왼쪽에 포를 놓고 오른쪽에는 건더기만 건진 식혜를 올린다.

포는 북어포 오징어포 육포 문어포중 한가지를 올린다.

포와 식혜 사이에는 청장(간장) 나물 침채(나박김치)를 놓는다.

나물은 숙채로 삼색(푸른색 갈색 흰색)을 갖춘다.

푸른색나물로는 시금치나 쑥갓, 갈색나물로는 고사리나 고비나물 등이
적당하다.

흰색은 무나물이나 숙주나물로 마련한다.

나물은 마늘이나 파를 넣지 않고 참기름과 깨소금만으로 간을 한다.

다섯째, 즉 제주의 맨앞줄에는 과일을 놓는다.

과일은 대추 감 밤 세가지를 기본으로 형편에 따라 배 포도 사과 호두
약과 등을 올릴 수 있다.

종류는 홀수로 하고 씨가 큰 복숭아는 놓지 않는다.

보통 홍동백서라 하여 대추 감 사과 등 붉은 과일은 동쪽에, 밤 배처럼
흰 과일은 서쪽에 둔다.

또는 조율시이에 따라 대추 밤 감 배순으로 놓기도 한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9월 1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