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8일 국립민속박물관에서는 지난봄 40여평의 텃논에 심었던 벼를 수확
하는 행사를 가졌다.

모를 심을때 참여했던 계성초등학교 학생들을 수확할때도 지켜 보게 해
자신이 심은 벼가 영근 모습을 눈으로 확인케 하고 또 낫을 사용해 재래식
으로 벼도 베게했다.

뿐만아니라 벼를 직접 태질해서 털어보게 한후 물레방아를 돌려 찧어 쌀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보여 주었다.

도시속에서 자라나는 어린이들이 선조들이 주식인 쌀을 생산하던 과정을
체험으로 알게 하고 수확의 기쁨도 함께 맛보도록 하기 위함이었다.

나아가 우리의 문화적 뿌리가 농경생활을 통해 이루어져 왔음을 피부로
느낄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 주고자한 것이다.

올해도 어김없이 추석이 다가왔다.

달밝은 가을밤이라는 뜻을 가진 추석은 한가위라고도 한다.

조선시대에는 설 단오 동지와 함께 4대 명절중 하나였고 오늘날에는 설과
더불어 우리민족의 2대 명절로 꼽힌다.

추석은 농경문화에 바탕을 둔 전통적인 축제의 하나로 멀리 신라시대 초기
부터 시작됐다고 알려져 있다.

삼국사기에 따르면 신라 제3대 유리왕때 가윗날(가배일)이라해서 왕비의
통솔아래 도읍안의 부녀자들이 두패로 나뉘어 7월15일부터 한달간 길쌈내기
를 했다.

마지막날인 8월15일 진편에서 술과 음식을 마련하여 이긴쪽에 제공하고
함께 회소곡을 부르며 즐긴데서 유래했다.

한편으로 수확의 계절인 가을의 한가운데 있어 한가위 또는 중추절이라고도
하는데 농경민족이었던 우리 조상들에 있어 일년내내 땀흘려 가꾼 곡식과
과일들이 익어 거두어 들이는 때였다.

추석무렵은 좋은 계절이고 풍요를 자랑하는 때이기에 마음도 즐겁고
한가해서 여러 민속놀이를 즐기기도 했다.

이때는 또 가장 먼저 수확한 햇곡식으로 음식을 장만해 조상님께 바치는
천신의 제로서도 의의가 컸다.

풍성한 수확을 거둘수 있도록 보살펴 주신 조상께 감사드린다는 감사제의
성격도 있었다는 이야기다.

그래서 조상의 묘에 성묘하고 웃어른을 찾아 인사드리는 아름다운 풍속이
오늘날에도 이어져 올해도 3천만에 달하는 민족대이동이 예상되고 있다.

지난해 추석은 동해안으로 잠수함을 통해 침투한 북한 무장간첩 때문에
분위기가 썰렁했다.

올 추석도 풍요로운 한가위가 될것 같지 않아 걱정이다.

더구나 최악의 추석경기 불황은 기업이나 근로자들에게 어느때보다 잔인한
명절이 될것 같다고 이구동성으로 아우성들이다.

극심한 자금난에 시달리는 중소기업들은 차라리 추석이 없었으면 좋겠다고
푸념을 늘어놓고 있고 게다가 올 추석에는 보름달마저 볼수 없다는 우울한
소식밖에 없다.

북한 역시 몇년째 계속되는 식량난과 경제난으로 올 추석도 침울한 명절이
될게 뻔하다.

그런데도 일부 계층에 국한된 이야기지만 추석연휴가 4~5일이나 되어 미리
성묘를 하고 황금연휴라해서 외국관광길에 나서는 사람들이 많다는 소식은
서민들의 마음을 우울하게 한다.

추석의 의미는 나눔에 있다고 했다.

불우한 이웃을 생각하고 나아가 굶주림에 허덕이는 북한동포들도 생각하며
뜻깊게 보내야 한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올 추석에는 친지들이 모여앉아 지금까지 걸어온 길을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져 보는 것도 좋을것 같다.

그동안 너무 흥청망청 살아오지 않았는지 반성해보고 새롭게 도약할수 있는
재충전의 기회를 갖기를 권하고 싶다.

여름처럼 덥지도 않고 겨울처럼 춥지도 않아 살기에 가장 알맞는 계절이라
하여 "더도말고 덜도말고 한가위만 같아라"라는 속담이 생긴 것처럼 이번
추석을 계기로 다시한번 정신적 물질적으로 풍요해지기를 기대해 본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9월 1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