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 대이동이 시작되는 추석연휴다.

불황의 그림자가 주머니를 말려놓았다.

몸도 고달프다.

그러나 귀향길은 늘 가슴을 설레게 한다.

일상의 쳇바퀴에서 벗어나는 일은 신선한 청량감을 준다.

오랜만에 보는 친지와 소꼽친구들의 얼굴은 언제봐도 정겹다.

그들이 풀어놓는 세상살이 이야기 또한 언제 들어도 재미있다.

주식시장도 포성을 멈추고 3일간 휴식을 취한다.

한가위 보름달에 풀벌레 소리를 가까이 하는 것 만으로도 일상의 관념을
깰수 있는 좋은 기회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9월 1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