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일본 총리 중국에 왜 갔나 .. 이동욱 <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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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일 베이징에서의 중-일 정상화담은 중-일 양국간의 현안들을 거론한
것이며 이미 예상했던 이야기들이 오간 것이어서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하지만 하시모토 일본총리가 회담을 마치고 곧바로 다이렌과 선양을
둘러본 것은 일본의 새 태평양-동아시아 정책의 일단을 읽을수 있게 한
것이라고 풀이되어 여러가지 의미를 지닌 것이 아닐수 없다.
이번 베이징 회담에서 장쩌민 주석과 리펑 총리는 "일본내에는 과거
역사를 부정하고 군국주의를 포기하지 않은 세력이 있다" "지난날의
전쟁범죄에 대한 반성 없이는 양국간의 우호협력은 불가능하다" "미-일
신안보선언과 이에 따른 방위협력지침의 개정이 대만해협 유사시 일본이
미국을 도와 개입하는 것이라면 중국정부와 인민들이 결코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한 것은 이미 예상됐던 것들이다.
이에 대해 하시모토 총리는 "일본에는 평화를 사랑하고 군국주의를
반대하는 사람이 더 많다"고 하면서 "중국은 대만 해협에 대해선 평화적
방법으로 해결할 것을 강조해 왔고 대만해협에서 일본이 개입할만한 상황이
벌어지지 않을 것이므로 일본이 개입할 일도 없지 않겠는가"라고 받아쳤다.
중국의 대만에 대한 무력통일을 반대한다는 일본의 단호한 의지표명으로서
획기적인 발언이라 할수 있을 것이다.
물론 하시모토 총리가 "중-일 외교재개 25주년을 기념하기 위함"이라고
하면서 상환기한 40년 이자 0.75%의 거의 공짜나 진배없는 차관(약 20억달러)
등을 담은 선물보따리를 들고 간것도 중국측의 그러한 공격예봉을 무디게
하자는 속셈이 깔린 것이다.
사회간접자본이 열악한 중국의 고통을 달래면서 재팽창의 의지를 명시한
일본의 동아시아전략이 대국으로 부상하려는 중국의 전략과 충돌을 피하기는
힘들듯 싶다.
이번 하시모토 총리의 중국방문은 일본의 대중국전략이 대만해협에서의
중국 제해권불용과 만주 재진출을 축으로 삼고 있음을 명확히 드러낸
것이려니와, 패전이래 일본은 말라카 해협을 일본의 생명선으로 일컬어왔다.
이는 태평양 전역을 미국의 제7함대가 독차지하고 있을 때의 이야기였으며
남사군도를 중심으로 하여 중국의 군사기지들이 들어앉은 지금 일본의
생명선은 대만해협까지 후퇴할 것으로 여겨질 수도 있다.
"대만해협 유사시 일본개입"을 불가피하게 하는 것이다.
특히 동남아 나라들이 다 일본의 생산기지가 돼있다는 사실은
대만해협에서의 중국제해권을 일본이 받아들이기 어렵게 하고 있을 것이다.
그러므로 중국이 대만해협의 제해권을 확보하려면 미-일 양국의 지원아래
독립을 견지하고 있는 대만과의 통일을 이룩해야 하지만 평화통일 전망은
흐리고, 무력통일 밖에는 다른 길이 없다.
미-일 양국의 군사지원이 있는 한, 이 역시 가능성이 희박한 것이어서
대만해협의 제해권을 중국이 가진다는 것은 비원일지도 모른다.
이처럼 중국의 대만해협 제해권확보가 불투명하다면 남사군도에서의
철옹성같은 군사기지들이 제구실을 하기가 어려울 것이다.
동중국해 제해권도, 남중국해 제해권도 허술한 것이 안될수 없을 것이므로
동아시아에 군림하려는 중국의 꿈은 물거품이 될수도 있다.
물론 미-일 신안보선언이 노리는 것도 바로 그것이어서 이를 이번 베이징
회담에서 하시모토 총리가 확인했다는 점이 하시모토의 중국방문이 갖는
획기적 의미다.
하시모토 일본 총리가 다이렌과 선양을 순방하면서 그 목적을 "역사를
바로 보고 미래를 건설하기 위해서"라고 했는데 이는 액면그대로 받아들일수
있는 발언이다.
일본의 19세기말과 20세기전반에 걸친 만주침략은 다이렌을 거점으로 했고
선양을 중심으로 한 것이니 말이다.
이는 분명 일본의 만주에의 재진출의지를 단적으로 표출한 것이라 할수
있을 것이다.
그의 방중 의미의 획기성을 하나 더했다 해도 무방할 것이다.
특히 일본의 만주 재진출은 일본의 만주침략 역사가 한반도를 뛰어 넘은
것이 아니었던 것처럼 일본의 만주재진출도 한반도를 뛰어 넘지 못할 것이다.
1백년전부터 "조선을 일본의 생명선"이라고 여긴 역사는 앞으로도 일본을
이 궤적에서 일탈시키지 못할 것이다.
물론 일본의 만주 재진출은 과거와 같은 군사적 침략이기 보다는 경제적
확대를 내용으로 할 것이겠지만, 그러기에 지금도 한국의 중국(홍콩 포함)에
대한 수출액이 일본에의 그것에 육박하고 있으며, 중국에의 투자액은
일본에의 그것보다 훨씬 많다.
이러한 한-중간의 경제관계는 앞으로 더욱 가속화할 것이다.
앞으로 한국의 일본에 대한 자본 기술 의존성도 만만한 것이 아닐 것이어서
중-일 양국 사이에 끼인 한국은 이럴수도 저럴수도 없는 딜레마속에서
운신해야 할것 같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9월 14일자).
것이며 이미 예상했던 이야기들이 오간 것이어서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하지만 하시모토 일본총리가 회담을 마치고 곧바로 다이렌과 선양을
둘러본 것은 일본의 새 태평양-동아시아 정책의 일단을 읽을수 있게 한
것이라고 풀이되어 여러가지 의미를 지닌 것이 아닐수 없다.
이번 베이징 회담에서 장쩌민 주석과 리펑 총리는 "일본내에는 과거
역사를 부정하고 군국주의를 포기하지 않은 세력이 있다" "지난날의
전쟁범죄에 대한 반성 없이는 양국간의 우호협력은 불가능하다" "미-일
신안보선언과 이에 따른 방위협력지침의 개정이 대만해협 유사시 일본이
미국을 도와 개입하는 것이라면 중국정부와 인민들이 결코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한 것은 이미 예상됐던 것들이다.
이에 대해 하시모토 총리는 "일본에는 평화를 사랑하고 군국주의를
반대하는 사람이 더 많다"고 하면서 "중국은 대만 해협에 대해선 평화적
방법으로 해결할 것을 강조해 왔고 대만해협에서 일본이 개입할만한 상황이
벌어지지 않을 것이므로 일본이 개입할 일도 없지 않겠는가"라고 받아쳤다.
중국의 대만에 대한 무력통일을 반대한다는 일본의 단호한 의지표명으로서
획기적인 발언이라 할수 있을 것이다.
물론 하시모토 총리가 "중-일 외교재개 25주년을 기념하기 위함"이라고
하면서 상환기한 40년 이자 0.75%의 거의 공짜나 진배없는 차관(약 20억달러)
등을 담은 선물보따리를 들고 간것도 중국측의 그러한 공격예봉을 무디게
하자는 속셈이 깔린 것이다.
사회간접자본이 열악한 중국의 고통을 달래면서 재팽창의 의지를 명시한
일본의 동아시아전략이 대국으로 부상하려는 중국의 전략과 충돌을 피하기는
힘들듯 싶다.
이번 하시모토 총리의 중국방문은 일본의 대중국전략이 대만해협에서의
중국 제해권불용과 만주 재진출을 축으로 삼고 있음을 명확히 드러낸
것이려니와, 패전이래 일본은 말라카 해협을 일본의 생명선으로 일컬어왔다.
이는 태평양 전역을 미국의 제7함대가 독차지하고 있을 때의 이야기였으며
남사군도를 중심으로 하여 중국의 군사기지들이 들어앉은 지금 일본의
생명선은 대만해협까지 후퇴할 것으로 여겨질 수도 있다.
"대만해협 유사시 일본개입"을 불가피하게 하는 것이다.
특히 동남아 나라들이 다 일본의 생산기지가 돼있다는 사실은
대만해협에서의 중국제해권을 일본이 받아들이기 어렵게 하고 있을 것이다.
그러므로 중국이 대만해협의 제해권을 확보하려면 미-일 양국의 지원아래
독립을 견지하고 있는 대만과의 통일을 이룩해야 하지만 평화통일 전망은
흐리고, 무력통일 밖에는 다른 길이 없다.
미-일 양국의 군사지원이 있는 한, 이 역시 가능성이 희박한 것이어서
대만해협의 제해권을 중국이 가진다는 것은 비원일지도 모른다.
이처럼 중국의 대만해협 제해권확보가 불투명하다면 남사군도에서의
철옹성같은 군사기지들이 제구실을 하기가 어려울 것이다.
동중국해 제해권도, 남중국해 제해권도 허술한 것이 안될수 없을 것이므로
동아시아에 군림하려는 중국의 꿈은 물거품이 될수도 있다.
물론 미-일 신안보선언이 노리는 것도 바로 그것이어서 이를 이번 베이징
회담에서 하시모토 총리가 확인했다는 점이 하시모토의 중국방문이 갖는
획기적 의미다.
하시모토 일본 총리가 다이렌과 선양을 순방하면서 그 목적을 "역사를
바로 보고 미래를 건설하기 위해서"라고 했는데 이는 액면그대로 받아들일수
있는 발언이다.
일본의 19세기말과 20세기전반에 걸친 만주침략은 다이렌을 거점으로 했고
선양을 중심으로 한 것이니 말이다.
이는 분명 일본의 만주에의 재진출의지를 단적으로 표출한 것이라 할수
있을 것이다.
그의 방중 의미의 획기성을 하나 더했다 해도 무방할 것이다.
특히 일본의 만주 재진출은 일본의 만주침략 역사가 한반도를 뛰어 넘은
것이 아니었던 것처럼 일본의 만주재진출도 한반도를 뛰어 넘지 못할 것이다.
1백년전부터 "조선을 일본의 생명선"이라고 여긴 역사는 앞으로도 일본을
이 궤적에서 일탈시키지 못할 것이다.
물론 일본의 만주 재진출은 과거와 같은 군사적 침략이기 보다는 경제적
확대를 내용으로 할 것이겠지만, 그러기에 지금도 한국의 중국(홍콩 포함)에
대한 수출액이 일본에의 그것에 육박하고 있으며, 중국에의 투자액은
일본에의 그것보다 훨씬 많다.
이러한 한-중간의 경제관계는 앞으로 더욱 가속화할 것이다.
앞으로 한국의 일본에 대한 자본 기술 의존성도 만만한 것이 아닐 것이어서
중-일 양국 사이에 끼인 한국은 이럴수도 저럴수도 없는 딜레마속에서
운신해야 할것 같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9월 1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