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가 주고객인 패스트푸드점이나 패밀리레스토랑, 레저시설 등에 정작
어린이를 배려하는 시설이 적다.
이때문에 추석연휴기간중 ''즐거운 마음''으로 부모를 따라나섰다가 키높은
의자, 어른만을 위한 화장실때문에 불편을 겪는 어린이들이 많다.
미국계 패밀리레스토랑체인인 T레스토랑.
강남지역을 중심으로 최근 몇년새 점포가 늘어난 이곳은 주말식사시간에는
어린 자녀를 동반한 가족손님이 대부분이다.
그러나 미취학아동이 주로 이용하는 어린이용의자가 태부족, 대다수
아이들은 어른체격에 맞는 의자에 앉아서 식사해야 하고 그러다보니 흘리는
음식이 더 많다.
화장실에 가는 것 역시 아이들에게 곤혹스럽기는 마찬가지.
어른용변기에 앉아서 일을 보다간 빠지기 십상이고 어른이 안아주어야만
용변을 볼 수 있다.
개당 5천~8천원정도인 어린이용 양변기만 화장실에 비치해 놓아도 이같은
불편은 없다.
용변을 본 후에 손을 씻는 곳 역시 수도꼭지와 개수대의 위치가 정상성인에
맞게 설치돼있어 어린이나 장애자가 이용하기엔 너무나 높다.
손을 씻으려는 아이들은 까치발을 하고도 결국은 상의가 다 젖어버리고
만다.
또다른 C패밀리레스토랑이나 어린이들이 좋아하는 프라이드치킨점,
M.B햄버거체인점 등 아이들 코묻은 돈을 버는 패스트푸드점들 역시 변기나
개수대 등 어린이에 대한 배려가 없기는 마찬가지이다.
백화점이나 대형유통업체 등에 부모를 따라서 나온 아이들도 이같은 불편을
겪는다.
명동에 위치한 대형백화점은 물론 주거지를 끼고 있는 부도심지역의 백화점
화장실에도 어린이용양변기나 개수대 어린이용발판을 갖추고 있는 곳은
드물다.
드물게 어린이용변기를 갖추고 있는 곳은 어린이의류와 장난감을 파는
층에 있는 화장실정도.
그것도 4,5개의 화장실가운데 한개정도에 어린이용양변기를 비치해놓거나
기저귀교환대를 하나정도 갖추고 있다.
대형놀이시설 역시 화장실에 어린이용변기를 갖추거나 개수대에 어린이
발판을 갖추고 있는 곳은 드물다.
뿐만 아니라 이들 놀이시설의 화장실가운데에는 청소가 제대로 돼있지않아
지저분하고 냄새가 나는 곳도 있어 어린이들이 용변이 마려워도 들어가기
싫다며 참기까지도 한다.
서초구 방배동의 주부 김현옥(32)씨는 "음식점이나 공원 등에서는 아이들을
화장실 데려가기가 싫어 때로는 집에 갈때까지 참으라고도 한다"며 "가족
단위로 즐기는 대중시설에조차 어린이나 장애인에 대한 배려가 없는 것이
우리 사회의 낙후성을 보여주는 것같다"고 지적했다.
<김정아 기자>
(한국경제신문 1997년 9월 1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