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남녀프로골프는 그 흐름을 종잡을 수 없다.

남자의 경우 지난해 각 대회 우승자가 모두 바뀌며 춘추전국시대 양상을
보였으나 올해는 최경주와 박노석이 각각 3승씩을 올리며 우승을 양분하고
있다.

여자의 경우는 지난해 김미현의 3승이 돋보였으나 올해는 2승의 정일미가
새로운 스타로 등장하며 김미현 아성에 도전장을 던지고 있다.

올해 박노석의 3승은 아무도 예상 못한 도약이다.

지난해 상금랭킹 17위에 그친 박노석은 올 SK텔레콤대회에서의 역전승을
기반으로 "우승하는 방법"을 터득, 기세를 이어가고 있는 모습.

박노석의 쾌거는 이제까지 "우승을 너무도 먼 나라"로 여겼던 뭇
선수들에게 분전의 계기를 만들어 주고 있다.

지금껏 눈에 띄는 경기를 보여주지 못했던 중위권 선수들이 요즘엔 비록
"반짝 선두이긴 하지만" 투지있는 골프를 치며 대회초반 선두권에 뛰어
들고 있는 것.

유재철이나 김진영 등이 바로 그런 선수들이고 이번 97 라코스떼 SBS
최강전에서 분투중인 정준도 마찬가지 맥락이다.

"박노석이 우승할 수 있으면 나도 할 수 있는 것 아닌가"라는 의식이
무승의 수많은 선수들을 고무시키고 있다는 것이며 그것은 박노석 3승의
의미를 한층 되새기게 하는 모습으로 볼 수 있다.

이에 반해 최상호로 대표되는 베테랑 군단들은 올들어 이렇다할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박남신은 올 첫대회인 캠브리지오픈에서 우승, "여전한 경쟁력"을
입증했지만 최상호는 두세차례나 역전패하며 예전의 승부사다운 면모가
약간은 식어가고 있다.

최상호의 역전패와 그를 꺾은 박노석 골프는 "골프의 반복"을 생각케
한다.

최의 역전패는 그가 한창 우승을 휩쓸때의 우승패턴과 다름이 아니다.

결코 쉽게 물러날 그가 아니지만 최의 금년 골프는 세월에 따른 골프의
변화를 뜻하는 것 같아 아쉽다.

여자프로골프는 김미현 전력의 굳건함을 보여준다.

골프는 흐름이라고 했는데 김은 유공인비테이셔널에서의 역전승으로
예전의 자신감을 회복하며 다시 우승퍼레이드를 시작했다.

김미현은 국내 여자프로들중 가장 낮은 타수를 칠 수 있다는 점이
강점이다.

김은 유공 대회 3라운드에서 68타, 휠라오픈 2라운드에서 68타를 치며
우승기회를 붙잡았다.

여자대회우승스코어가 보통 3언더에서 5언더파라는 점에서 그같은
최저타능력이 우승의 원동력인 셈이다.

남은 여자대회들은 김과 정일미의 호각세가 흥미로울 수 밖에 없다.

< 김흥구 전문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9월 1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