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종우 < 부경대 건축공학과 교수 >

그 곳곳 앞에 서면 현란하고 환상적이랄수 밖에 달리 표현할 수 없는
성가족교회.

안토니 가우디는 말년에 이 걸작을 시작해놓고 세상을 떠낳다.

공사에 들어간 뒤 1백년이 지났거만 아직도 공사는 언제 끝날지 모른다.

초현실주의 화가인 달리는 계속되는 작업을 보며 대가의 작품을 망치고
있으니 그만두라는 충고까지 했다든가.

미술가이며 도공,건축가였던 가우디는 그의 삶의 터전이었던 까딸루냐의
독특한 자연풍경과 몬세라트를 보며 착상에 빠져들었다.

여러가지 기기묘묘하고 몽상적인 문양과 형태를 종교적 영감과 뛰어난
영적 디자인 감각으로 형상화해놓고 있는 것이다.

이 전시회에 선보이는 작품들은 그가 자연과 교감하며 환경을 얼마나
아끼고 사랑했던가를 엿볼 수 있게 한다.

일생을 통해 구도자적 예술혼으로 몰입됐던 그의 작품세계.

이 세계를 파악해 볼 수 있는 여러 형태의 타일과 문양, 의자 건축물의
부품 등을 도면이 아닌 현품들과 모형들을 통해 감동을 받을 것이다.

그의 예술적 감각은 도면보다는 스켓치와 현장작업에서 두드러진다.

꽃 나무 뱀 갑옷 괴물 태양 지중해의 파도 등과 전설의 세계로부터 얻은
영감이 비정형과 환상의 공간에 장식되면서 건축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

이 건축물은 단순한 장식수법만 동원된 것이 아니라 외벽 굴뚝 등
건물의 중요한 구성요소로 형상화된 점을 눈여겨 보아야 할 것이다.

또 그의 특유한 색채와 타일, 다양한 색깔의 도자기 조각들로 이뤄진
모자이크의 조화는 기상천외한 형태와 어우려져 환상적이라고 말할 수
밖에 없으리라.

그는 세심한 부분까지 디자인의 기법을 놓치지 않고 분위기 연출을 위해
고심에 빠져든다.

그가 쏟아넣은 정열과 흔적들이 조각 공예에서부터 건축의 공간에
이르기까지 모든 부분에 표출되고 있는 것이다.

건축가 가우디는 항상 3차원의 표현에 신경을 썼다.

인간은 2차원의 공간에서 행동할 수 밖에 없으나 건축가는 항상 3차원의
공간에 존재해야 한다는게 그의 생각이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9월 1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