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제 전 경기지사가 18일 지사직을 사퇴한데 이어 19일부터 신한국당내
자파 원내외 위원장및 측근 인사들과 만나 신당 창당과 선거대책위 구성을
위한 세부계획 마련에 착수키로 하는 등 본격적인 대선 행보에 나섰다.

지난 8일 지사직을 사퇴하겠다는 뜻을 밝힌 뒤 13일 신한국당 탈당과 동시에
독자출마를 선언한 이전지사가 대권고지를 향해 정해진 수순을 착착 밟아가고
있는 것이다.

추석 연휴동안의 민심동향 추이에 촉각을 곤두세워온 이전지사는 이날 오전
한 TV토크쇼에 출연하면서 비교적 밝은 표정을 지어 현재 상태를 대변했다.

연휴기간중 "경선 불복및 탈당"에 대해 여론의 냉혹한 채찍이 가해질 것으로
예상했던 것과는 달리 각종 여론조사 결과 여전히 1.2위를 오가는 높은
지지도를 유지하고 있는데 사뭇 자신감을 얻은 모습이다.

이전지사는 이날 측근들을 통해 내달 중순까지 신당 창당을 완료한다는
계획하에 창당준비에 박차를 가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달말까지 발기인대회를 갖고 창당준비위원회를 구성한 다음 10월초
지구당 구성을 마치고 10월 중순 신당을 출범시킨다는게 이전지사의 구상
이다.

이전지사는 특히 신당지도부를 그가 신한국당 이회창 대표에게 요구해온
것처럼 "대권과 당권분리"를 실천하는 체제로 편성할 방침을 굳힌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3김정치 청산"에 동의하는 세력과의 연대를 염두에 둔 것으로 중량감
있는 영입인사에게 당권을 맡기겠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신한국당 내 민주계 중진인 서석재 의원이 최근 이대표와 일정한 거리를
두면서 이전지사와는 급속도로 관계개선을 하고 있는 점은 이 같은 맥락에서
보면 예사롭지 않다.

민주계 사조직 나라사랑운동본부의 후신인 "21세기 민주연합"의 회장이기도
한 서의원이 회보 인사말에서 "과거 기득권 세력에 의해 차기정부가 문민정부
를 부정하는 수구정부가 되는 것을 방관할수 없다"고 당내 구여권인사들을
비판한 대목이 주목받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와 관련, 이전지사는 신당을 기존 정당과 차별화하는 방안으로 각계의
참신한 인사들을 영입하는데 주력할 계획이다.

또 정치적 교감이 어느 정도 이뤄진 것으로 알려진 신한국당 박찬종 이수성
고문의 영입에도 적잖이 신경을 쓰는 눈치이다.

이전지사는 그러나 신당의 문호는 개방하되 민주당 조순 총재를 비롯한
외부 세력과의 연대문제에 대해서는 서두르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이달말까지만 현행 지지도를 유지할 경우 급속도로 세와 힘이 붙기 시작해
외부세력은 자연스레 합류해올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에서다.

(김삼규기자)

(한국경제신문 1997년 9월 1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