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장들이 대거 금융외교에 나선다.

이경식 한국은행 총재및 이동호 은행연합회장과 20개 은행장 등 22명의
금융기관장들은 오는 22일부터 24일까지 홍콩에서 열리는 제52차 IMF
(국제통화기금)및 세계은행(World Bank Group) 연차총회에 참석, 활발한
금융외교를 벌일 계획이다.

해마다 열리는 IMF총회에 한은 총재를 비롯 22명의 금융기관장들이 대거
참석하기는 이례적이다.

특히 지난해 불참했던 허한도 동남은행장 허홍 대동은행장 구자정
보람은행장 박종대 평화은행장 등도 이번 총회에는 참석, 15명의 시중은행장
들이 모두 총회에 참석하는 이례적 기록을 세우게 됐다.

또 김영태 산업은행총재 김승경 중소기업은행장 신명호 주택은행장 문헌상
수출입은행장 김광현 장기신용은행장 등 5명의 특수은행장들도 총회에 참석,
시중은행에 대한 지원외교에 나설 계획이다.

은행장들이 이처럼 대거 IMF총회에 참석키로한 것은 한보철강 기아그룹 등
잇따른 대기업부도로 실추된 국내은행들의 대외신인도를 끌어올리기 위한데
따른 것이다.

은행장들은 대기업의 잇따른 부도로 국내은행들이 타격을 입은 것은 사실
이지만 외부에 알려진 것보다는 심각하지 않다는 점을 집중 홍보, 자금조달에
협조해줄 것을 당부할 계획이다.

특히 한은 특융을 받는 등 대외신인도에 치명적인 타격을 입은 제일은행의
유시열 행장도 총회에 참석, 2박3일동안 홍콩 상하이은행 미국 씨티은행
일본 산와은행 관계자들을 잇따라 접촉해 협조를 구한다는 계획을 잡고 있다.

부실여신 급증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서울은행의 신복영 행장도 퍼브스
홍콩상하이은행회장 등 국제금융 관계자들을 만나 은행사정과 한국계
금융기관의 현실을 설명하고 이해를 얻을 예정이다.

이밖에 장철훈 조흥은행장 이관우 한일은행장 등 대부분 은행장들도 일정을
쪼개가며 거래은행과 국제금융 관계자들을 접촉, 국내금융기관의 사정이 점차
호전되고 있음을 집중적으로 알릴 계획이다.

이경식 한은총재도 마쓰시타 일본은행총재 사토 아시아개발은행총재 등과
만나 국내 금융시장 안정화를 위한 다각적인 대책을 설명하고 이해와 협조를
구한다는 계획을 세워두고 있다.

한 시중은행장은 유럽계은행들의 한국계은행에 대한 자금지원과 산업은행의
15억달러 채권발행 등으로 한국계 은행에 대한 국제신인도가 제고되고 있다며
IMF총회를 활용, 한국계 은행의 이미지를 새롭게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하영춘 기자>

(한국경제신문 1997년 9월 1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