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의 맞수인 현대와 삼성그룹이 석유화학 사업에서 손을 맞잡았다.

이들 두 그룹의 석유화학 계열사인 현대석유화학과 삼성종합화학은 앞으로
원료수급 등에서 공조체제를 강화키로 하고 18일 서울 조선호텔에서 전략적
제휴 조인식을 가졌다.

현대 정몽혁사장과 삼성 유현식사장이 참석한 이날 조인식에서 두 회사는
<>에틸렌 벤젠 등 원료의 상호교환 <>정기보수시공무인력 지원 <>원료 공동
구매를 통한 구매력 강화 <>소모품 및 여유장비의 교환 이용 등에 합의했다.

이에따라 두 회사는 충남 서산에 위치한 양사 석유화학단지를 연결하는
3km 길이 파이프라인의 설계작업에 들어갔다.

또 모두 50억원을 투입, 내년초까지는 이 파이프라인의 건설을 완료해
본격적인 공동운영에 들어갈 예정이다.

두 회사는 이를 통해 연간 최소 17억원의 물류비용을 절감할 수 있고 원료
부족이나 과잉 등 긴급상황에 효율적으로 대처할 수 있게 돼 국제경쟁력이
향상될 것으로 예상했다.

그동안 국내에서는 유통회사와 제조업체가 판매확대를 위해 협력체제를
구축한 적은 있으나 유화업계에서 회사차원의 전략적 제휴가 성사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현대와 삼성그룹으로서도 지난해 상반기 신규통신사업자 선정 당시 PCS
(개인휴대통신)사업에서 전략적 제휴를 맺은 이후 두번째다.

이 제휴는 특히 최근 삼성의 자동차사업 구조조정 보고서 파문 이후
불거진 재계의 갈등이 가라앉지 않은 상태에서 나온 것이어서 더욱 주목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80년대말 NCC(나프타분해공장)붐 이후 시설확장 경쟁을
벌여온 이들 두 회사가 전략적 제휴를 맺은 것은 이제 국내 재계가 외형경쟁
보다는 내실중심으로 경영주안점을 바꾸고 있다는 증거"라고 평했다.

이와 관련, 유화업계 관계자들은 서산유화단지에 입주해있는 이들 두 회사
가 협력체제를 구축한 것을 계기로 유화업계에서도 일본에서처럼 M&A(기업
인수.합병)를 통한 대형화나 공동판매회사 설립과 같은 전략적 제휴가 활발해
질 것으로 예상했다.

현대석유화학과 삼성종합화학은 이날 우선 98년까지 50억원을 투입, 서산
단지내 양사 사업장을 잇는 3km짜리 공동파이프라인을 설치키로 합의했다.

그동안 국내 유화업계에서는 생산품목조절과 원료공동구매를 위한 전략적
제휴 필요성이 자주 제기됐으나 업체들간 이견으로 성사되지 못했다.

< 권영설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9월 1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