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국제통화기금)가 올해와 내년 우리나라 성장률이 6%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작년에 예측했던 것보다 0.4%포인트 높아진 것이다.

IMF는 물가와 국제수지도 개선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같은 시각과는 대조적으로 국내 기업인들의 전망은 우울하다.

한국은행이 조사한 4.4분기 제조업BSI(기업경기 실사지수)는 86으로
전분기보다 6포인트 떨어져 경기가 더 나빠질 것으로 보는 기업인들이
훨씬 많을 뿐 아니라 늘어나고 있음을 보여준다.

우리는 여기서 어느 쪽 시각이 옳고 그른지를 따져 편들거나 비난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본다.

지수중심의 분석과 피부로 느끼는 감각간에는 항상 차이가 있게
마련이기 때문이다.

6%대의 성장, 작년보다 줄어든 국제수지적자, 비교적 안정세인 지수물가
등 외형을 보면 우리 경제에 큰 문제가 없다는 주장도 그 나름대로 논리적일
수 있다.

그러나 피부로 느끼는 경제사정이 극히 좋지 않고 불안하다는 것은
그 누구도 부인할수 없는 엄연한 현실이다.

언제 어느 때고 지수경기와 체감경기간 차이가 있게 마련이지만 그 격차가
더욱 두드러지고 있는게 오늘의 상황이라고 할수 있다.

올해 경제성장률은 6.1%로 추정되지만 체감성장률은 4.2%에 그칠
것이라는게 삼성경제연구소 분석이기도 하다.

고용조정에 따른 실업증가 추세속에서 대기업부도가 잇따르고 있어
경제전반에 대한 심리적인 불안이 증폭되고 있기 때문에 지수와 감각간
괴리가 벌어지는 것은 당연하다고 볼수 있다.

시장개방에 따른 경쟁격화와 이에 따른 기업 채산성악화로 설비투자가
줄어들고 있는데다 민간소비가 경제성장률을 밑도는 수준으로 떨어져
내수가 수출에 비해 더욱 부진하다는 것도 지수와 감각간 격차를 확대시키는
요인이기도 하다.

바로 이런 상황에서 경제현실에 대한 정부의 대응은 더욱 어려울수 밖에
없다.

지수를 앞세워 경제위기가 아니라고 정부에서 되풀이 강조해봐야,
논리적으로 옳고 그름을 떠나서 현실적으로 설득력을 얻기가 어려울게
분명하다.

성장률 등 지수로 보면 경제가 그런대로 괜찮지만 기업과 가계가 느끼는
고통은 동일한 숫자의 다른 어느 때보다 심하다는 점을 정부당국자들은
인식할 필요가 있다.

심리적인 불안감이 중요한 원인이라고 본다면 현안과제인 기아문제의
조속한 해결, 새로운 대기업 부도방지대책 등이 더욱 긴요하다고 본다.

구조조정의 필요성은 되풀이 강조하더라도 지나치지 않다고 보지만 그로
인한 진통이 몰고올 불안감증폭 등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대기업 부도를 막기위한 지원 등을 한마디로 "특정기업에 대한 특혜"라고만
단정짓는 것은 지나친 단견일수도 있다는 점을 아울러 인식할 필요가 있다.

소리가 나지 않는 경제운영, 관념적인 "원칙론"과 대증요법적 해결책이
조화를 이루는 능함이 더욱 긴요하게 느껴지는 국면이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9월 1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