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4일 태영CC (파72-6천8백66야드)에서 끝난 97 라코스떼 SBS
최강전은 "빠른 그린"이 최대 이슈였다.

태영CC는 거리나 지형으로 볼때 선수들이 힘들어 할 이유가 전혀
없었으나 단지 "유리알 같은 그린"으로 인해 여자부는 무려 6오버파가
우승스코어였고 남자부도 4라운드합계 언더파를 친 선수가 단 두명에
그쳤다.

그러면 그린 빠르기는 "도대체 어떻게 측정하고 또 어느정도 빨라야
세계 최고수준의 빠르기"라고 할 수 있는가.

<>.이제까지 국내 골퍼들은 그린 잔디의 길이만을 보고 빠르기를 판단해
왔다.

즉 그린잔디의 길이가 3mm 수준이면 빠른 그린에 속하고 5mm면 느린
그린이라고 생각하는 것.

계절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국내 골프장 그린은 대개 4.5mm 이상으로
전체적으로 "아주 느린 그린"으로 평가돼 왔다.

그러나 실제 "잔디 길이"는 극히 "일부의 요인"일 뿐이다.

잔디 길이보다 더 핵심적 요소는 "롤링"이다.

즉 수백kg의 쇳덩이 롤링기로 "얼마나 그린을 눌러 다졌느냐"가 빠르기를
좌우하는 최대 요소인 것. 롤링이 덜 된 그린은 아무리 잔디를 짧게 깍아도
스폰지모양으로 푹신푹신하다.

푹신 푹신한 그린이 빠를리는 없다.

골퍼들중에는 볼이 떨어지면서 패이는 피치마크가 깊게 날 수록 "좋은
그린"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지만 사실은 정 반대이다.

볼이 그린에 푹푹 박히는 그린은 롤링이 안된 그린일 뿐이다.

그린을 제대로 롤링해서 단단히 만들었으면 피치마크도 그만큼 덜 날 수
밖에 없다.

결국 그린빠르기는 잔디길이와 롤링이 혼합돼 결정된다.

잔디도 짧게 깎고 롤링도 많이 하면 마치 "장판과 같은" 유리알 그린이
될 수 밖에 없다.

<>.그린 빠르기를 측정하는 방법은 극히 간단하다.

빠르기를 재는 도구를 "스팀 미터기"라고 하는데 이 도구는 기계적
장치가 아니라 삼각형의 홈이 파진 막대기에 불과하다.

즉 홈이 파진 막대기 위의 한쪽 끝에 볼을 올려 놓고 그쪽을 들어 올려
"볼이 굴러 나간 거리"를 재는 것이다.

그린이 빠르면 굴러 가는 거리가 길 것이고 느리면 짧을 것이다.

여기서는 두가지 의문이 나타날 수 있다.

즉 그린 경사도 오르막이나 내리막등 여러가지일텐데 어떻게 "나간
거리를 일률적으로 재느냐"는 것과 또 하나는 스팀미터를 아주 급하게 들어
올리면 "거리가 더 나갈 것 아니냐"는 의문이다.

그러나 해답역시 간단하다.

스팀미터기로 처음 볼을 굴린후에는 그 볼이 멈춰 선 지점에서 다시
정반대편으로 똑 같은 방법으로 볼을 굴리는 것이다.

처음에 내리막이었으면 반대편에서는 당연히 오르막이 되는 것.

결국 양쪽에서 굴린 거리를 합산해 나누면 평균거리가 나오게 되고
그것이 바로 "그린 스피드"가 된다.

서너개 홀에서 같은 방법으로 거리를 재면 그 골프장의 평균적 그린
빠르기가 나오게 되는 것.

또 스팀미터기의 한쪽 끝에는 볼을 놓을 수 있도록 둥근 홈이 파져 있기
때문에 볼이 파여진 홈을 벗어나 굴러 내려가기 시작할 싯점까지만 한쪽
끝을 들어 올리면 된다.

이번 최강전에서 태영의 "그린 스피드가 3m 수준이다"라는 식의 표현이
나온 것도 다 위와같은 식으로 스피드를 잰 것이다.

<>.USGA (미 골프협회)의 가이드라인을 보면 시합용 그린의 경우
스피드가 3.5야드 (3.2m) 이상이면 빠른 그린으로, 2.8야드 (2.6m)
수준이면 보통 그린으로, 그리고 2.17야드 (1.9m) 이하이면 느린 그린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렇게 볼때 태영의 그린 스피드가 3m 수준이라는 것은 국제적으로도
아주 빠른편으로 평가할 수 있는 셈.

빠른 그린은 "불에 구운 모래"를 뿌려 그린 표면 입자를 고르게 하고 또
그린 굴곡이 상하지 않게 하면서 잔디를 깎고 다져야 하는 등 상당한
노하우가 필요하다.

그런면에서 이번 태영의 "빠른 그린"은 국내골프장 관리수준을 한 단계
높인 것으로 볼 수 있다.

국내선수들도 이제는 성적에 관계없이 "빠른 그린의 타당성"을 인정하고
있는 모습이다.

< 김흥구 전문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9월 1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