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경기중 한 선수가 운동화가 벗겨지면서 넘어지자 관람석에 있던
비즈니스맨 차림의 한 사람이 운동화가 ''뭐 저래''라며 노트북컴퓨터를 켠다.

그는 키보드를 두드리면서 보유중인 주식을 매각한다.

종목은 다름아닌 운동화 제조메이커다 인터넷상에서 주식의 위탁매매주문을
알리는 미국 벤처기업인 E트레이드사의 TV광고 한 장면이다.

미국 증권업계에 ''인터넷혁명''이 일고 있다.

인터넷상에서의 주식거래를 전문으로 하는 신흥벤처 증권사들이 잇따라
등장하면서 고객들이 발길을 영업점포에서 안방의 PC 로 돌리고 있다.

증권업계에 무점포경영 이 다가온 셈이다.

조사기관인 포레스트리서치에 따르면 미국 증권업계의 전자구좌(PC통신
인터넷 등을 모두 포함)는 현재 작년보다 2배 늘어난 3백만개.

예탁금도 1천2백억달러에 이른다.

이런 속도로 가면 오는 2000년에는 7천억달러가 넘을 전망이다.

인터넷거래가 주식 투신 채권등의 소매분야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5%에
달한다.

E트레이드 찰스슈왑 등 전자주식거래 사업을 하고 있는 금융기관은 모두
30여개사.

인터넷거래는 브로커등 증권사 직원이 일절 개입하지 않는다.

수수료도 메릴린치 등 대형증권사의 10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또 일일 24시간 체제로 언제든지 거래할수 있다.

이런 장점 때문에 개인고객을 중심으로 시장이 폭발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수수료 인하경쟁도 뒤따르고 있다.

피델리티는 최근 1천주까지의 거래에 대해 한 건당 수수료를 40달러에서
절반으로 인하했다.

전문가들은 인터넷에 의한 수수료 인하경쟁을 지난 70년대 디스카운트
브로커 등장에 이은 ''제2의 수수료혁명''에 비유한다.

게다가 메릴린치가 내년부터 인터넷 주식거래에 나선다고 밝히는 등 지점
영업에 의존해온 대형 증권사들도 변신을 서두르고 있다.

낮은 수수료, 24시간 거래, 더 나아가 기관투자가와 같은 수준의 정보를
제공하는 신흥업체들의 등장에 대한 자구책인 셈이다.

<장진모 기자>

(한국경제신문 1997년 9월 1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