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창규 저 평화출판사 7천원 )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든 사건과 성현의 가르침을 연결시켜 동양 고전의
참뜻을 되새기도록 한 이야기 모음집.

실제 사례와 글귀의 출전 독음및 뜻풀이를 함께 갖춰 한문을 쉽게 익히도록
했다.

언론인 출신인 저자는 중학교 한문 첫시간에 배운 "교언영색 선의인"
(논어 제1편)을 전직 대통령의 재판장면과 접목시켜 재음미한다.

"교묘하게 둘러대는 말과 아첨하기 위해 짐짓 곱게 꾸미는 얼굴색치고
인은 드물다"는 공자의 명언과 "보통사람 한번 믿어달라"며 온갖 미사여구로
유권자에게 아첨하던 사람의 부정축재를 빗댄 내용이다.

그는 맹자의 "민이 위귀하고 사직은 차지하며 군은 위경하니라"
(백성이 가장 귀하고 나라는 그 다음이며 임금은 가볍다)는 글귀를 통해
백성이 나라의 근본임을 강조한 민본사상을 조명한다.

그런가 하면 80년 서울의 봄과 68년 프라하의 봄이 비극으로 끝난 상황을
"춘래불사춘"(봄이 왔건만 봄같지가 않다)과 대비시키고 자신의 씁쓰레한
경험을 덧붙인다.

"부귀, 이것은 사람들의 탐내는 바이지만 그것을 도로써 얻는 것이 아니라면
누리지 말며"라고 가르친 공자말씀은 사과상자와 거액의 떡값에 기만당하는
요즘 세태의 그늘을 뼈아프게 비춰주는 거울로 다가온다.

"말이 정성스럽고 미더우며 행실이 도탑고 공순하면 비록 오랑캐 나라라도
통하지만 말이 충신하지 않고 행실이 독경하기 않으면 비록 자기 고향일지라
도 통하겠느냐".

말과 행동이 가벼운 정치꾼과 주변의 "철새"들에게 던지는 고언이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9월 1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