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윙의 제왕" 베니 굿맨이 56년 탱글우드 페스티벌에서 연주한 전설적인
모차르트 실황녹음이 CD로 나왔다.

"크로스오버"란 용어가 난무하는 요즘 음악계에서 재즈연주자가 클래식,
클래식연주자가 재즈를 연주하는 것은 더이상 참신한 뉴스가 되지 못한다.

하지만 굿맨이 한창 이름을 날리던 시기에는 영역을 오고가는 일은 매우
드물었다.

미국에서 재즈가 가장 대중적인 인기를 누리던 빅밴드의 스윙시대
(1930년대)는 루이 암스트롱, 글렌 밀러 등 대표적인 스윙맨을 거느린 RCA
빅터사의 황금기이자 굿맨의 전성기였다.

20세기의 다양화된 음악양식 속에서 자유로움과 창의성을 만끽하던 굿맨이
심취한 또다른 음악은 뜻밖에도 모차르트.

35년 봄부터 모차르트를 연주하기 시작한 굿맨은 자신의 밴드를 이끌고
출연하는 라디오프로그램에서 클래식현악4중주단을 초청, 클래식연주회를
열곤 했다.

그후 20여년간 지속적인 진지함과 열정으로 모차르트음악을 파고 들었고
그 성과물이 당시 최고의 녹음기술을 가진 RCA에 남겨진 이 녹음이다.

샤를르 뮌시가 지휘하는 보스턴심포니오케스트라와 보스턴현악4중주단이
함께 들려주는 모차르트의 클라리넷협주곡과 5중주에서 "재즈의 거장"이
아닌 "클라리네티스트"로서의 베니 굿맨을 만날 수 있다.

적극적으로 감정을 분출하는 굿맨의 연주스타일은 이 음반에서도 드러난다.

굿맨의 클라리넷 소리는 관현악의 총주를 뚫고 저음역에서도 밝고 분명하게
들린다.

자유분방하게 누비는 리듬감과 소리의 두께와 증감을 조절하는 기교는
스윙의 달인으로서의 면모를 느끼게 한다.

이처럼 새로움이 가미된 굿맨의 모차르트 연주는 재즈뮤지션이 훌륭한
클래식주자로 변신할 수 있다는 선례를 남겼다.

디지털기술을 통해 CD에 입히긴 했지만 50년대중반의 녹음이라고는 믿어
지지 않을 만큼 음질도 뛰어나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9월 2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