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옷처럼 각진 선에 품이 넓은 80년대식 재킷이 되살아났다.
어깨패드는 롱&슬림 실루엣이 지배하면서 3~4년동안 거의 자취를 감췄던
품목.
신체선을 곧게 잡아주는 반면 전체 분위기를 딱딱하게 만들고 골격을
실제보다 커보이게 해 날씬하게 보이고 싶은 여성들에게 외면받았다.
그런 어깨패드가 되살아난 가장 큰 이유는 커리어우먼이 패션의 주소비층
으로 자리잡게 됐기 때문.
남자 못지 않게 당당해 보이려는 욕구를 옷에 대입시키면서 자연스럽게
각지고 단단한 느낌의 재킷을 찾게 됐다는 것이 패션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이런 흐름을 대변하듯 패션계에서는 이런 형태에 파워재킷(바지와 한벌이
될 때는 파워수트)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오랜만에 등장한 어깨패드 때문에 패션전문가들은 이구동성으로 올 추동
패션을 "80년대풍으로의 회귀"라고 평하지만 당시 형태와 똑같지는 않다.
80년대의 대표적인 스타일은 넘치다 싶을 정도로 큰 재킷과 헐렁한 통바지.
하지만 이번 시즌에는 어깨끝을 오똑하고 각지게 세우면서 허리선은 잘록
하게 넣은 재킷과 약간 여유있는 일자바지가 우세하다.
파워풀한 것과 섹시한 스타일이 조합된 셈.
어깨선을 강조한 재킷은 이번 시즌 거의 모든 해외브랜드가 선보인 스타일.
가장 두드러진 곳은 구치와 샤넬이다.
구치는 각진 어깨의 검은색 회색 파워수트, 샤넬은 각지고도 동그스름하게
처리된 어깨가 돋보이는 긴 재킷을 대표작으로 내놨다.
이외에도 이브 생 로랑, 지방시, 도나 카란 등이 각진 어깨와 잘록한
허리가 강조된 97년형 파워재킷을 내놨다.
이색적인 것은 정장재킷은 물론 원피스에도 딱딱하고 각진 어깨패드가
들어간 점.
구치, 도나 카란은 허벅지를 겨우 가리는 초미니에 어깨는 밀리터리룩
못지 않게 힘을 준 원피스를 내놔 눈길을 모았다.
국내 브랜드의 경우 어깨를 강조하기는 해외제품과 마찬가지지만 세부
디테일에서는 다소 차이를 보인다.
재킷길이는 여전히 약간 긴 듯하며 단추는 한개짜리가 우세한 가운데
두개짜리도 늘었다.
커리어우먼용인 만큼 색상은 검정 회색 갈색 감색 등 차분한 무채색 계열과
베이지색이 많이 쓰였다.
(주)이디엄의 민수경 디자인팀장은 "슬림한 파워재킷에는 안에 입는
이너웨어도 날렵한 소재로 고르라"고 권한다.
흔히 입는 블라우스나 셔츠보다 심플하고 부피도 얇은 라운드티셔츠가
깔끔하다는 것.
< 조정애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9월 2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