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하티르 모하메드 말레이시아총리와 국제금융계의 황제 조지 소로스가
홍콩에서 열리고 있는 국제통화기금(IMF)-세계은행(IBRD) 연차총회에 참석,
상대방을 원색적으로 비난해 눈길을 끌었다.

그동안 조지 소로스를 동남아 금융위기의 주범으로 지목해온 마하티르총리
는 20일 총회석상에서 연설을 통해 "소로스등 외환거래인들이 다른 사람들을
빈곤으로 몰아넣으면서 엄청난 부를 쌓고 있다"며 선제공격했다.

그는 "외환거래는 불필요하며 비생산적일뿐만 아니라 부도덕하다"면서
통화거래를 불법화해야 한다는 다소 엉뚱한 주장을 폈다.

마하티르총리는 이어 홍콩의 선데이모닝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말레이시아
는 금융부문 외환거래를 중지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소로스는 21일 세계은행이 주최한 세미나에서 "마하티르총리는
자신의 실정으로 경제가 나빠지고 그 결과 환율과 주가가 곤두박질치자 이를
숨기기 위해 나를 희생양으로 삼고 있다"고 응수했다.

그는 마하티르총리를 "자기나라를 망치고 있는 골칫덩어리" "자신의 잘못을
감추기 위해 외환거래인들을 헐뜯고 있는 비겁자"로 규정지었다.

소로스는 또 "마하티르의 장기집권, 언론통제에 시달리면서 이같은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말레이시아인들에게 연민을 느낀다"고 덧붙였다.

한편 마하티르 총리의 통화거래 불법화 발언과 관련, 이브라힘 말레이시아
부총리는 자국의 외환거래제도에 절대로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해명했다.

<조성근기자>

(한국경제신문 1997년 9월 2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