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통일이 되면 국내 기관사중 최초로 서울에서 신의주로 가는
열차를 운행해보는 것이 나의 작은 소망입니다"

지난 18일 철도의 날 기념식에서 무사고 1백만km를 달성, 홍조근정훈장을
받은 서울기관차사무소 소속 천기호 기관사는 정년까지 무사고로 기관차를
운전해 통일의 날까지 현장을 지키고 싶다고 말했다.

73년 공채로 철도청에 입사한후 24년 동안 지구를 25바퀴나 도는 거리를
안전하게 운행한 천기관사를 만나봤다.

-기관사를 직업으로 택하게 된 동기는.

"초등학교를 다닐때 학교옆에 철길이 있어 기차가 다니는 것을 관심있게
지켜봤다.

육중한 기관차가 달려가는 것을 보면서 어른이 되면 기관사가 돼 기차를
몰겠다고 동경했다"

-기관사로 일하면서 가장 어려운 점을 꼽는다면.

"업무의 특성상 불규칙적으로 일하는 시간이 많아 식사를 제때 못하고
긴장이 심한것이 가장 큰 애로다.

특히 남들이 쉬는 명절이나 연휴기간은 특별 수송기간으로 업무량이
오히려 늘어나 쉬지 못해 가족들에게 항상 미안하게 생각하고 있다.

이번 추석 연휴기간에도 두차례의 열차 운행으로 집에 들어 가지도
못했다"

-가장 보람을 느낄 때는 언제인가.

"시민의 발이 돼 승객들을 안전하게 목적지까지 수송해줄때 큰 만족감을
얻곤 한다"

-요즘 대형 항공기와 자동차 등 교통사고가 빈발하고 있다.

다른 교통수단과 철도를 비교한다면.

"철도는 무엇보다도 정시성과 안전을 보장한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일단 정지토록 돼있는 철도건널목에서도 사고가 자주 발생한다.

행인이나 자동차 운전자들의 각별한 주의를 당부하고 싶다"

기관사는 정말 고달픈 직업이라 아들에게 권유하고 싶지는 않지만
원한다면 맡겨둘 생각이라고 말하는 천기관사의 얼굴에는 강한 자부심이
배어 있었다.

< 최인한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9월 2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