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가 정말 5%대로 떨어질 수 있을까"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지난 23일 회장단회의에서 금융시장을 개방하면
금리를 국제수준으로 떨어뜨릴 수 있다고 주장하고 나서자 기업들은 그 실현
가능성에 대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히 자금 사정이 어려운 기업들은 전경련의 논리가 설득력이 있다면
정부가 이 기회에 자본시장의 개방폭을 대폭 확대할 지도 모른다는 성급한
기대까지 하고 있다.

그러면 금융시장개방이 고금리 타파의 즉효약이 될 수 있을까.

재계의 이같은 주장에 대해 정부는 아예 무시하는 태도다.

재정경제원 관계자는 "내외 금리차가 이렇게 심한 차이를 보이고 있는
시점에서 금융시장을 조기개방하는 것은 급속한 자본유입만을 초래한다"며
반대입장을 분명히 했다.

한국은행도 외국자본의 급속한 유입은 통화팽창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며 종전과 같은 전경련 회장단의 주장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고 있다.

경기침체가 계속되고 있는 시점에서 동남아와 같은 외환파동을 초래할
수도 있는 금융시장 개방에 최대한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인 것이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금리를 인위적으로 낮춰달라는 것은 기업들이 어려울
때마다 내놓는 단골메뉴"라며 실현가능성을 낮게 평가했다.

이에비해 전경련은 정부의 발상전환이 문제이지 충분히 가능하다는 논리를
내놓고 있다.

금융재정실 이병욱 실장은 금융시장이 개방돼 대기업들이 상업차관이나
해외증권발행 등을 통해 투자재원을 조달하면 국내 금융시장에서의 자금
가용성이 높아져 국내 금리는 "눈에 띄게" 떨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전경련은 또 OECD(경제협력개발기구)가입국으로서 금융시장이 국제수준으로
개방되면 신용도가 올라가 가산금리의 하향가능성도 높다고 설명하고 있다.

특히 주식 및 채권시장이 개방되면 수요기반이 확충돼 자금의 가용성이
확대되고 이에 따라 조달금리는 자연히 내려가게 돼있다는 것이다.

중단기적으로는 대기업에, 장기적으로는 중소기업과 국민경제전반에
긍정적 효과가 나타날 것이란 분석인 셈이다.

한국경제연구원 김세진 금융재정실장은 "높은 경제성장률이 계속됐음에도
불구하고 지난 91년 18%대였던 국내 금리가 12%대로 낮아진 것은 개방의
효과"라고 말했다.

시기적으로도 지금이 금융시장 전면 개방의 적기라는 것이 재계의
시각이다.

외국 금융기관들이 한국에 돈을 빌려주려 하지 않은 추세이기 때문에
개방을 통해 자금조달의 숨통을 틀 수 있다는 얘기다.

여기다 OECD의 다자간투자협정(MAI)협상에서 우리나라에 대한 금융시장
개방압력이 계속되고 있는 만큼 이를 정면으로 맞받아칠 수도 있다는
설명이다.

정부와 재계의 시각차가 이처럼 크지만 한가지 분명한 것은 이번 만큼은
재계의 금융시장 개방요구 그 어느때보다 드세다는 점이다.

실제로 전경련에 이어 대한상의 무역협회 기협중앙회 등 경제단체들도
정부에 금리인하를 위한 금융시장개방 건의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좌승희 한국경제연구원장은 "외국자본의 유입은 환율이나 통화에 영향이
있는데 지금은 환율절상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며 "통화팽창
가능성이 적은 만큼 금리인하 효과를 보면서도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동남아식의 외환위기 가능성과 관련, "부작용의 가능성만을 보고
정책을 미뤄선 안된다"고 덧붙였다.

< 권영설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9월 2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