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호 선수가 샌디에이고 파드레스를 맞아 14승을 올린 24일 11시부터
2시간반 동안 전국이 박찬호신드롬으로 흔들렸다.

이 시간 터미널과 전철역 등 TV가 설치돼 있는 공공장소는 야구경기
시청자들로 장사진을 이뤘고 서울시내 교통량 마저 줄어들었다.

11시부터 12시까지 남산 1.3호터널의 혼잡통행료 징수실적은 전날 같은
시간에 비해 각각 10.6%와 4%가 감소했다.

또 직장인들은 경기가 점심시간에 계속되자 도시락을 시켜 먹으며
박선수의 경기를 관전하기도 했다.

한편 시내 K고등학교 학생들은 휴식시간과 점심시간 등을 이용해 짬짬이
소형 TV를 켜놓고 경기에 빠져들기도 했다.

이 학교의 한 학생은 "박찬호선수가 이기면 숙제가 줄고 지는 날은
숙제가 늘어난다"고 농담 섞인 말을 할 정도.대학도 이같은 사정은
마찬가지로 이 시간대의 결강률이 높아졌다.

박찬호 신드롬은 경제에도 영향을 미쳤다.

경기가 마감된 후 2시부터 30여분간 증권시장의 거래량이 갑자기
늘어났다.

이는 게임이 마무리되자 준비하고 있던 주문을 일제히 제출한 때문.

또 일부 직장에서는 경기도중에는 아예 일손을 놓기도 했다.

여의도에서 디자인사무실을 운영하는 유병익씨(34)는 "틈틈히 화면을
보느라 정신을 분산시키느니 차라리 즐겁게 보고 화끈하게 일하는 것이
능률적"이라고 말했다.

야구용품도 불티나게 팔린다.

주 고객은 초.중등학생.

신세계백화점의 스포츠코너는 하루 평균 20만원 정도 팔리던 야구용품을
박선수의 승리가 이어지면서 하루 1백만원 가까이 팔리고 있다.

< 장유택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9월 2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