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이기만 하는 기아사태와 불안한 환율이 국내 증시를 막다른 길로
몰아 넣고 있다.

경기가 나쁘고 수출도 부진하니 주가기조가 약세인 것은 어쩔수 없지만
주가폭락 기아문제를 빨리 해결하지 못해 금융불안이 장기화되고 환율이
급등한 탓이 크다고 본다.

따라서 관계당국은 증시부양책을 들먹이기 전에 먼저 기아사태와 같은
경제현안부터 서둘러 해결해야 할 것이다.

물론 국내 증시가 본격적으로 상승세를 타려면 경기가 회복되고, 물가
금리 환율이 안정되며, 우리기업의 국제경쟁력이 강화돼 수출이 증가하는
등 기초적인 경제여건(fundamentals)이 호전돼야 한다는 주장은 지당한
얘기다.

하지만 지금 당장 위기상황에 몰린 증시를 살리는 일도 가볍게 생각해서는
안된다.

그만큼 국내 증시상황은 심각하다.

부도 일보직전인 기아그룹이 기습적으로 법원에 화의신청을 하자
기아사태 해결이 장기화될 것을 우려한 투자자들의 매물공세로
종합주가지수가 지난 닷새동안에만 50포인트 이상 떨어지는 급락세를 보였다.

게다가 최근 원-달러 환율이 가파르게 상승함으로써 거액의 환차손을
입게된 외국인 투자자들이 보유주식을 집중적으로 매각하고 있다.

이렇게 해서 빠져나간 외국인 투자자금이 지난 한달동안만 3천78억원이나
된다.

이같은 사태를 방치하다가 자칫 외국인 투자자금이 본격적으로 빠져나갈
경우 외환보유고가 격감하고 환율 외환 금리 등 금융전반에 엄청난 충격을
줘 최근 동남아가 겪고 있는 통화위기가 한국에도 재연되지 말라는 보장이
없다.

일부에서는 외국인 투자자들이 한도확대를 앞두고 교체매매에 나선
것으로 파악하지만 낙관할 수없는 상황이다.

사태가 심상치 않다고 생각한 재정경제원도 증권거래세 인하, 외국인
투자한도 조기확대, 근로자주식저축 기한연장, 독일및 일본과 주식양도차익
비과세협정 체결 등의 증시부양책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막대한 물량때문에 증시에 큰 부담을 줄 수밖에 없는 한국통신주식의
상장을 다시 연기하는 방안도 얘기되고 있다.

이같은 대책들이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는 모르지만 어려운 처지에 있는
증시를 살리기 위해서 가능한 최선을 다해야 하겠다.

하지만 증시회복을 위해서도 그렇고 외환위기와 같은 파국을 예방하기
위해서도 증시부양책보다는 먼저 환율안정과 기아사태해결을 서둘러야
하는 것이 순서다.

또한 단기적으로는 환율불안도 기아사태로 비롯된 금융불안의 탓이
큰 만큼 기아사태의 해결이 급선무라고 본다.

따라서 "최근의 주가급락은 기아사태로 인한 것인 만큼 별도의 다른
대책은 없다"는 강경식 부총리의 발언은 대단히 무책임하게 들린다.

투자자나 국민들이 정책당국에 바라는 것은 문제를 빨리 해결하고
더이상의 피해를 막는 것이지 사태의 원인이나 책임소재를 따지는
원론적인 얘기를 듣자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9월 2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