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은행을 제외할 경우 기아자동차 등 기아계열에 대한 채권은행 여신의
담보부족규모는 약 93%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됐다.

다시말해 1천원을 대출해주고 68원어치만 담보로 잡았다는 얘기다.

이로 인해 기아가 법정관리에 들어갈때 은행들은 미수이자 대손충당금
적립 등에서 모두 3조원가량의 손해를 보는 것으로 조사됐다.

은행들은 7월말 현재 기아그룹에 대출금 지급보증 등 모두 5조7백68억원의
여신을 제공하고 있다.

이 가운데 은행들의 담보확보분은 1조7천8백35억원으로 기아그룹 전체에
대한 담보확보비율은 35.1% 수준이다.

그러나 산업은행이 담보로 잡은 군산소재 기아특수강 공장의 가치가
1조5천억원에 이르고 있어 실제 시중, 지방은행들이 확보한 담보가치는
2천5백7억원에 불과하다.

이는 이들 은행들이 기아그룹에 지원한 여신규모 3조6천6백18억원의
6.84%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특히 기아그룹에 1천5백82억원의 대출을 해준 동화은행은 한 푼어치의
담보도 확보하지 못한 상태이며 각각 8천억원과 5천4백억원의 여신을 제공한
제일과 조흥은행도 2백50억원씩의 담보만 확보했다.

은행관계자들은 "기아그룹이 30대 계열안에 들어가는 대기업이었기 때문에
대출이 주로 신용으로 취급됐다"며 "여신을 제공할 당시에는 기아자동차의
채무보증만으로도 충분하다고 판단한 측면도 있다"고 담보부족사유를 설명
했다.

이에 따라 기아그룹이 법정관리에 들어갈 경우 은행들은 수지에 심각한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현행 여신관리 규정상 법정관리에 들어가면 담보를 확보한 만큼의 여신은
고정으로 분류돼 여신액의 20%를 대손충당금으로 적립해야 하고 담보가 없는
여신은 회수의문으로 분류돼 75%의 대손충당금을 쌓아야 한다.

예를들어 1천억원을 대출해주고 2백억원어치만 담보를 잡았다면 8백억원에
대해선 75%(6백억원), 2백억원에 대해선 20%(40억원)의 대손충당금을 적립
해야하는 것이다.

여기에다 미수이자분(금리를 연10%로 가정할 때 1백억원)까지 감안하면
1천억원 여신에 대해 은행들이 지게되는 손실규모는 7백40억원에 이른다.

담보를 1백%이상 잡고 있는 산업은행을 제외한채 살펴볼때 기아에 대한
채권은행들의 여신액은 모두 3조6천6백18억원으로 이 가운데 2천5백7억원만
담보가 있는 실정이다.

이에 따라 은행들은 올해에만 모두 2조6천84억원의 대손충당금을 적립해야
한다.

25개 일반은행들의 작년중 당기순이익 8천4백68억원의 3배에 해당하는
규모를 기아처리에 쏟아부어야 할 판이다.

미수이자분 수천억원을 제외하고도 말이다.

관계자들은 "기아가 법정관리에 들어가고 조만간 제3자 인수 등을 통해
해결되지 않을 경우 몇개 은행을 제외한 거의 대부분 은행들이 적자사태를
맞을지 모른다"고 우려하고 있다.

< 이성태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9월 2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