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우중 대우그룹회장이 최근 극비리에 북한을 방문했던 것으로 밝혀져
방북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조건식 통일원교류협력국장은 25일 "김우중 회장 등 대우그룹관계자
5명이 지난 14일부터 6일간 북한을 방문, 북한측 관계자들과 남포합영공장
경영문제를 협의했다"고 발표했다.

조 국장은 "김회장 일행이 북한 대외경제위원회의 초청장을 받았으며
방북기간중 북한 이성대 대외경제위원회위원장과 김정우 경제협력추진위원회
위원장 등을 면담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김회장 등의 이번 방북은 남포 합영공장인 "민족산업총회사"의
경영부진에 따른 경영정상화 문제를 협의하기 위한 것이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통일원의 설명과는 달리 김회장의 방북에는 어딘가 석연치 않은
구석이 많아 대우가 모종의 대규모 대북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김회장의 방북에 부인 정희자여사를 비롯, (주)대우 물자자원사업본부장
오광성상무, 이영현 비서팀부장, 이한구 대우경제연구소장 등이 동행한
것으로 알려져 이같은 의문이 더하고 있다.

김회장의 방북문제에 대한 통일원측의 처리는 더욱 의문 투성이다.

통일원은 이번 방북건을 실무자차원에서 공식절차를 거치지 않고
김석우 차관이 적접 처리했다.

김회장의 방북이 긴급.보안을 요하는 사안이었다는 게 통일원측의
설명이다.

하지만 남포공장 경영정상화 문제가 극도의 보안을 요하는 사안이었다는
통일원측의 설은 선뜻 납득이 않된다.

또 통일원은 방북에 필요한 방북승인서를 정식으로 발급하지 않고 방북
하루전 13일 오후 구두로 방북승인을 통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대우그룹측은 김회장이 어렵게 성사시킨 남포 합영공장에
관심이 많은데다 그동안 한번도 방문하지 못했고 추석 등 명절때는 항상
해외에서 보낸온 만큼 그런 차원에서 방북했을 수 있다고 애써 의미를
축소하고 있다.

한편 대우그룹은 지난 92년부터 대북사업을 추진, 북한 삼천리총회사와
50대 50으로 총 1천50만달러를 들여 셔츠 자켓 가방 등을 생산하는
합영공장인 민족산업총회사를 운영하고 있다.

<이건호 기자>

(한국경제신문 1997년 9월 2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