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30 전당대회"가 당 노선과 지도체제 개편을 둘러싸고 계파간 "내전양상"
으로 치닫고 있는 신한국당의 운명을 가르는 고비가 될 전망이다.

주류와 비주류가 현재 직면한 위기의 본질에 대해 서로 다른 인식차를
드러내고 있는데다 전당대회를 계기로 당이 단합되지 않을 경우 서로를
배제한채 정계 개편을 통해 독자세력화에 나설 것임을 강하게 시사하고 있기
때문이다.

주류측은 최근의 위기가 비류측의 "이회창 흔들기"에서 비롯됐다고 보고
우선 전당대회 전까지 이탈조짐을 보이고 있는 세력들을 다독거려 당을
추스려 나갈 방침이다.

이같은 전략의 일환으로 이대표는 24일 여의도 63빌딩에서 김윤환 고문과
만나 당 대표직 내정과정에서 빚어진 알력을 "잠정 봉합한데 이어 25일에는
수도권과 부산지역 초선의원 24명과 조찬간담회를 갖고 당의 결속과 화합을
당부했다.

초선의원들과의 만남에서 이대표는 당내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후보
용퇴론"을 일축하고 대선에서 패배할지도 모른다는 심리적 동요를 차단하는데
주력했다.

이대표측은 또 30일 전당대회에서 대표위원 9명, 당무회의 참석자 80명,
중앙상무위원 2만명 이내로 크게 확대하는 지도체제 개편안을 제시, 비주류을
협조를 최대한 끌어낸다는 복안이다.

민주계가 끝가지 "이대표 무망론"을 제기할 경우에는 차체에 반이세력을
축출한뒤 "이대표-민정계-김종필 총재-박태준 전 포철회장"을 묶는 "보수
대연합" 구축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신한국당 강재섭 특보가 25일 "이회창 대표는 전당대회가 열리기 전까지는
어떠한 "수모"를 겪더라도 당화합을 위한 노력을 계속할 것"이라고 말한 것은
당 총재직을 이양후에도 비주류가 후보교체론 등으로 공격을 계속할 경우
민정계를 중심으로 독자세력화할 것임을 역설적으로 말해주고 있는 대목이다.

이에 반해 비주류측 인식은 근본적으로 다르다.

이들은 "이대표 카드"로는 정권재창출이 불가능하다는 판단하고 있다.

대선이 불과 80여일 남은 현재까지도 이대표의 지지율이 국민회의 김대중
이인제 후보에게 크게 뒤지고 있는데다 향후 이대표가 지지도를 만회할
가능성이 없어 여권의 존속을 위해서는 후보교체 이외에는 묘책이 없다는
입장이다.

따라서 이대표가 아닌 다른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쪽으로 거의 의견을
모은 듯하다.

그러나 대안모색의 방법과 시기에는 각 계파마다 조금씩 차이를 보이고
있다.

오는 30일 전당대회에서 김영삼 대통령이 총재직을 이양하는 시점을 계기로
집단 탈당하자는 견해와 당에 잔류해 후보교체를 제기하자는 의견으로 양분돼
있다.

다만 추석이후 이대표의 지지율이 반등조짐을 보이지 않으면서 후자쪽에
무게가 실리고 있는 가운데 "이인제-조순-민주계-통추"가 결합한 "민주개혁
세력 대연합"을 구축하려는 강한 흐름이 있다.

실제로 이인제 전경기지사 지지파 의원들은 내달 1일 또는 5일을 "거사일"로
잡고 여야를 포함 탈당 동조세력규합에 나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또 경선이후 민주계 기류를 주도하고 있는 서석재 서청원 의원도 이런
쪽으로 가닥을 잡아가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서석재 의원측에서는 일단 전당대회를 전후해 후보교체론을 다시 제기하는
등 당내투쟁을 거치다가 당 지도부가 특단의 조처가 없을 경우 범민주세력
결집에 적극 나선다는 방침이다.

< 김태철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9월 2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