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내에 대아시아 무역 경제론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일본에 이은 동남아 국가들의 잇단 경제 위기로 인해 아시아 국가들이
활로를 미국 시장에서 찾으려 한다는 판단에서다.

일본과 중국이 경제 대상 1.2호다.

특히 한동안 개선되는 듯 했던 미국의 무역수지가 지난 7월중 전월보다
25%나 악화된 1백3억달러의 적자를 나타낸 이후 "국내시장 문단속"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이 기간중 대일본 무역적자가 27%나 불어난 52억달러, 대 중국 적자는
47억달러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나자 아시아 국가들과의 무역에 비상령이라도
발동할 듯한 분위기다.

전문가들은 올해 미국의 대일 무역적자가 작년보다 20%이상 증가한
6백5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중국도 올해 사상 처음으로 대미 무역흑자가 5백억달러를 돌파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상황이다.

사정이 이쯤 되자 로버트 루빈 미국 재무부 장관은 지난주 홍콩에서 열린
IMF(국제통화기금).IBRD(세계은행) 연차 총회기간중 미쓰즈카 히로시 일본
통산장관을 따로 만나 "미국 시장을 너무 울궈 먹으려 들지 말라"고 강력히
경고했다.

미국이 우려하고 있는 것은 일본이 최근 무너져 내리고 있는 동남아 시장
에서의 수출부진을 메우기 위해 미국시장 공략을 더욱 강화할 것이라는
대목이다.

동남아시장은 일본기업들의 총 수출 가운데 절반 가까이를 소화해온
최중요 지역이었다.

그렇다고 일본 기업들이 내수 쪽으로 발길을 돌릴래야 돌릴 수도 없는
형편이다.

지난 2.4분기중 일본의 성장률이 사상 처음 11.2%의 기록적인 마이너스를
보이는 등 경기 침체가 계속되고 있어서다.

일본 정부의 고위 관리는 미국측과의 회담에서 "솔직히 지금 상황에서
일본 상품을 대량으로 소화해 줄수 있는 시장은 미국밖에 없지 않느냐"고
토로했다고 한다.

이쯤되자 미국도 몸이 달아오르고 있다.

뻔히 예상되는 일본 기업들의 "대공세"를 눈뜨고 바라볼 수만은 없지
않느냐는 것이다.

클린턴 행정부는 이에 따라 주요 통상대상국들의 시장 개방폭을 확대시키는
압력 수단으로 쓰기 위해 자신이 의회에 상정한 "통상교섭 신속처리법안
(fast track)"을 하루 빨리 의회가 통과시켜 줘야 한다는 주문을 내고 있다.

의회는 그러나 통상 상대국들에 미국에 준하는 노동-환경 보호를 보장토록
할 것을 전제하지 않는 한 "패스트 트랙"을 입법화할수 없다며 맞서 있는
상황이다.

클린턴 행정부는 무역법규 정비를 추진하는 한편으로 자국 기업들의 수출
가격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달러화 약세를 유도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통상 문제와 관련된 미국 조야의 분위기가 돌연 "강성"쪽으로 돌아섬에
따라 그 영향이 오는 25일부터 사흘동안 워싱턴에서 속개될 한.미 자동차
협상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달말로 예정돼 있는 슈퍼 301조 연례 보고서
에 한국에 무슨 불똥은 튀지 않을지 미국 진출 한국 기업들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 뉴욕=이학영 특파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9월 2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