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미국회사의 경영진들은 야간기습작전을 자주 펼친다.

주공격타깃은 직원들의 컴퓨터파일 E메일 음성사서함 전화녹음내용 등이다.

불과 몇년전에는 상상도 못했을 직원들의 사생활침해가 경영진에 의해
한밤중에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기업들이 논란의 소지가 다분히 있는 이같은 일을 저지르는 것은 직원들이
제기하는 각종 법정소송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한 "궁여지책".

직장내에서 컴퓨터통신을 통한 성희롱 인종차별등이 자주 발생, 직원들간
법정싸움으로 비화되는 경우가 허다하기 때문이다.

최근 자료에 따르면 이같은 법정소송건수는 지난 92년 1만7천건에서 지난해
2만3천건으로 35%이상 늘어났다.

문제는 법정소송이 직원들간 싸움에서 그치지 않고 감독소홀등을 이유로
회사를 상대로 한 거액의 피해보상금청구소송으로 발전한다는 점이다.

세계적 투자회사인 모건스탠리는 이같은 이유로 법정싸움에 휘말린 대표적
케이스.

한 짓궂은 직원이 장난삼아 사내 E메일시스템에 인종차별적 농담을 띄운게
사건의 발단이다.

일부 "피해" 직원들이 "이는 직장내 근무분위기를 해치는 중대사안"이라며
"관리감독을 철저히 해야할 회사가 직무유기를 했다"면서 회사를 상대로
7천만달러의 피해보상금 청구소송을 냈던 것.

다행히 지난달 법원이 소송을 기각해 일단락되긴 했지만 앞으로 기업들이
이같은 법정싸움에 휘말릴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

모건스탠리측의 변호를 맡았던 제이 왁스씨는 "기업들은 이같은 법정분쟁
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다"며 "정기적으로 직원들의 컴퓨터통신등을 체크하는
것 외에는 뾰족한 수가 없다"고 강조한다.

왁스변호사는 "직원들의 통신검열 등은 기업들 사이에 이미 "합법화"되는
분위기"라고 전한다.

그러나 아무리 "선의"라지만 직원들의 사전동의없이 벌이는 E메일 검색
등은 엄격히 말해 사생활침해라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실제 미 경제전문지 포천 선정 5백대기업중 절반 가까이가 사생활 활동에
대한 정보를 직원들의 사전동의없이 수집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심지어 일부 기업들은 직원들의 개인정보를 서로 교환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돼 문제의 심각성을 더해주고 있다.

직원들중 상당수는 "기업들이 편법으로 수집한 정보를 해고 등 인사조치의
수단으로 악용할 가능성을 배제할수 없다"며 강한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통신검열이 기업들의 "자기방어책"이냐, 아니면 개인의 사생활침해냐라는
논쟁은 당분간 미국을 떠들썩하게 할 전망이다.

< 김수찬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9월 2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