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옥경은 오랫만에 참으로 마음에 드는 영치와 아주 조용한 교외의
러브호텔로 간다.

"언제부터 이런 일에 걸려 들었어?"

"저는 인디언 재즈바의 웨이터에요.

지코치형과 저는 아주 친하구요.

소사장님이 소개하는 여사님은 아줌마가 처음이에요"

영치는 자기가 순진하다고 말하고 싶다.

그리고 처음 소개받은 여자라고 속이고 싶다.

그래야 값이 나간다고 소사장이 가르쳤다.

"좋아요. 그럼 지코치하고는 언제부터 알아요?"

"여사님, 왜 자꾸 형사같이 그러셔요? 제가 마음에 안들면 그만
안만나면 되잖아요.

심문받는것 같아서 싫네요"

영치는 참으로 약은 아이다.

그는 백옥자와 권여사를 다루는 방법이 달라야하는 것을 아는 아이큐
높은 컨트리보이다.

이 여자는 남자를 무시한다.

이런 여자는 살짝 살짝 찬물을 끼얹어야 정신 채리는 것이다.

그는 높은 분석력과 재치와 미모를 모두 갖춘 정말 희한하게 영리한
놈이다.

그러나 그는 지금도 자기가 죽음의 병에 걸려 있다는 것만은 모르는속에
악착같이 서울에서 살아남아 돈도 모으고 금의환양하려고 기를쓴다.

권여사는 영치가 보통은 넘는애라고 판단한다.

"뭐 좀 물어도되니?"

"뭐든 아는대로 말할 수 있어요.

너무 어려운 것만 아니면 척척 박사지요"

영치는 애교스레 웃기까지 한다.

근석은 정말 감성지수가 우수한 놈이다.

"나는 아직도 지코치의 본색을 모르겠다.

그애가 너의 아는 형이면 너는 그형의 본색을 알것 아니냐?"

권여사는 술이 깨는지 정색을 하고 눈을 빛내며 묻는다.

"그 형은 우리의 희망이에요.

지금은 프로따느라고 제정신이 아니에요. 나도 지영웅형처럼 골프를
배우려고 해요.

프로만되면 상금도 몇천만원씩되고 자가용도 그냥 생겨요"

"요샌 경쟁이 세서 프로따기가 무척 힘들다면서?"

"그렇대요.

그러나 그 형은 딸거에요.

힘도 좋고 오래하셨잖아요.

쎄미 프로는 땄잖아요"

"너하고는 언제부터 아니?"

"한 2년됐어요.

우리는 모델 학교에서 만났어요.

그 형은 모델로는 뼈가 너무 굵대요.

하하하"

영치는 쾌활하게 웃어 제낀다.

웃을때의 근석은 정말 천진난만해서 매력이 돋보인다.

그는 그 무기를 가끔 사용한다.

"왜 저를 만나서 지코치형의 이야기만 하세유?"

"미안하군. 그대는 모델로는 아주 잘 어울리는 가늘은 체구의
소유자로군. 그런 남자는 섹스가 볼품없지"

그녀는 심술을 부리면서 영치의 빰을 만진다.

파란 수염이 곱게 밀어진 신선한 빰에 매력을 느낀다.

"너는 내가 좋으냐? 어디가? 무엇이 왜 좋아?"

"그건 간단하지요.

아버지가 재벌이라면서요? 그건 굉장한 매력이지요.

돈이 황제니까요.

나는 황제의 딸을 안고 있으니 대단하잖아요.

하하하"

(한국경제신문 1997년 9월 2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