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방송 (EBS)이 심각한 위기에 처했다.

지난달 28일 EBS 노동조합이 파업에 돌입한 후 1개월이 지났으나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사태가 확산되고 있다.

파업의 영향으로 공중파방송은 현재 초등학교 학습프로그램 일부와
고등학교 학습프로그램, 7편의 외주제작 프로그램 외에는 과거 방영됐던
프로그램으로 땜질 편성하고 있는 형편.

하루 12시간30분을 방송하고 있지만 실제 제작 프로그램은 5시간 정도에
불과하다.

외주가 80% 정도인 위성과외방송의 경우 아직까지는 별다른 영향을 받지
않고 있지만 파업이 장기화되면 차질을 빚을 것은 자명하다.

편성관계자는 기존편성에 재방을 끼워넣는 지금까지의 방식에서
다음주부터는 아예 임시편성표에 따라 방송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내년 프로그램개편 작업도 어려울 것으로 예상돼 시청자의 피해는
심각한 수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

EBS 노조는 재정경제원에 재정지원 확대와 예산편성의 자율권, 교육부에
청사확보와 공간 및 인력 증강을 요구하고 있으나 정부의 태도가 미온적
이어서 결과는 불투명하다.

노조측은 지난 20일부터 정부차원의 해결노력을 촉구하는 야외집회를
시작, 과천 정부제2종합청사 앞에서 시위하고 서울시내 곳곳에서 대국민
홍보집회를 가졌다.

현재 여의도 신한국당과 국민회의 당사앞에서 집회를 갖고 있으며,
초과근로수당 지급소송도 벌일 예정이어서 파업사태가 법정으로까지 번질
전망이다.

이번 파업은 90년 개국이래 계속돼온 위상정립, 안정적 재원확보,
자율편성, 인력충당 등의 문제가 세번째 불거진 것이다.

EBS 노조가 정부를 상대로 해결을 촉구하는 것은 EBS내부의 노력만으로는
주장이 관철되기 힘들다는 판단 때문.

현행 구조상 사측이 현안에 대해 독립적으로 결정할수 없는 상황이다.

EBS의 1년예산은 KBS의 20분의1, SBS의 10분의1 수준이고 그나마 예산
사용시 재경원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위성과외방송 실시를 계기로 34명의 인력을 충원했지만 턱없이 부족해
늘어난 방송시간을 충당하기도 힘들다는 주장이다.

노조측은 요구조건이 당장 모두 받아들여지지 않더라도 정부의 책임있는
약속만 이뤄지면 파업을 풀수 있다는 입장이다.

정부에서도 문제의 심각성은 인식하고 있지만 부처간의 이해가 엇갈려
선뜻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결국 피해를 보는 것은 시청자들이어서 EBS와 정부는 파행으로 치닫는
현사태에 대해 국민의 비난을 면치 못하게 됐다.

< 양준영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9월 2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