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그룹의 향배는 결국 기아 스스로가 결정짓게 됐다.

채권단은 앞으로 1주일 안에 기아측이 채권단의 요구를 수용하면 화의로
갈 것이고 그렇지 않으면 법정관리로 보내겠다고 결정했다.

26일 열린 기아채권단 운영위원회에서 제시된 화의조건은 <>성실한 자구
이행 <>김선홍회장의 사표제출 <>이자는 우대금리(8.5%)이상 등 크게
세가지.

만일 화의가 받아들여진다면 기아자동차와 공동운명으로 묶여 있는
기아정기 기아전자 기아모텍 기아중공업등 4개 부품업체는 일단 화의로 갈
가능성이 크다.

이렇게 되면 지금까지 화의를 신청한 13개 계열사중 5개에 대해서만 화의
절차가 개시되는 것이다.

아시아자동차는 아직 기아그룹 내부에서 처리방안이 확정되지 않아
미지수다.

그러나 26일 광주법원에서 재산보전처분결정이 떨어짐에 따라 화의개시요건
은 여전히 유효한 상태다.

채권단은 기아그룹이 아시아자동차를 제3자인수시킬 경우 화의에 동의해줄
용의가 있지만 기아자동차에 흡수합병시킨다면 다른 대응책을 모색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흡수합병을 시도할 경우 아시아자동차만 따로 떼어 법정관리를 신청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또 당초 화의를 신청했던 기아특수강 기아인터트레이드는 26일 화의를
철회하고 법정관리를 신청함에 따라 기아계열사중 모두 3개업체(기산 포함)
가 법정관리에 들어갔다.

기아정보시스템 케이이티 등도 조만간 법정관리에 들어갈 것으로 관측된다.

기아그룹은 그러나 기산계열인 삼안건설기술공사는 자력회생 가능성이
높아 화의나 법정관리를 신청하지 않았다.

한편 이날 회의에서 기아자동차에 대한 법정관리를 주장하는 금융기관들도
없지는 않았다.

산업 신한등 일부 은행은 화의를 통한 기아자동차의 회생에 의구심을 표시
하며 법정관리의 불가피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그러나 종금사를 중심으로 한 제2금융권의 반발이 워낙 거센데다 조흥은행
등이 법정관리에 반대하고 나서면서 조건부화의쪽에 무게가 더 실리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기아자동차가 조건부화의를 통해 회생될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김선홍회장의 경영권포기각서가 제출될지도 미지수고 기아자동차가 우대
금리이상을 부담할만한 여력이 있는지도 확인되지 않고 있다.

< 조일훈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9월 2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