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사태는 이제 정말 벼랑끝까지 온 감이 짙다.

채권은행단이 기아에서 계속 화의를 고집할 때는 일절 자금지원을
하지않겠다며 사실상 법정관리를 강요하고 있는 가운데 노조가 오늘부터
전면파업에 들어가겠다고 맞서고 있어 더욱 그런 감이 짙다.

힘겨루기 국면으로 진입, 결국 기아자동차 조업중단, 협력업체 연쇄부도,
금융시장 마비라는 최악의 상황을 현실화시킬 것 같아 걱정스럽기 짝이
없다.

노조가 예정대로 오늘부터 파업에 들어간다면 파국은 가속화될게 분명하다.

실낱같은 타협의 가능성마저 없애는 꼴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바로 그런 점에서 우리는 우선 기아자동차노조와 그 파업에 동조하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하고 있는 관련 노동단체들의 움직임은 자제돼야 마땅하다고
본다.

화의는 한마디로 채권.채무자간 합의를 전제로 한다.

채권자가 화의를 거절한다고해서 노조가 파업에 들어가겠다는 것은
논리적으로 설득력이 없다.

노조의 쟁의행위가 사용자와의 근로조건에 대한 협상수단 그이상도 이하도
아니라고 본다면, 채권은행단의 경영행위를 겨냥한 파업이 불법일 것 또한
자명하다.

파업으로 얻을 것이 없다는 점을 노조측은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

파업이 채권은행및 정부와의 협상에서 회사에 힘을 실어주는 행위가 될
것이라고 판단한다면 잘못도 큰 잘못이다.

"오늘의 기아"에는 노조도 큰 책임이 있다는게 일반의 지배적인
인식이라는걸 노조관계자들은 알아야한다.

회사측도 김선홍체제의 유지를 계속 고집하는 것이 옳은지 다시
생각해봐야할 점이 있다.

김회장의 사표는 이제 정부나 채권은행단 입장에서도 번복하기 어려운
명분과 체면의 문제가 됐다고 보면 더욱 그렇다.

결국 부도가 나서 채권은행단이 법정관리절차를 밟는다면 김회장이
사표를 냈건 내지 않았건 경영권자가 바뀌는 것은 필지의 일이다.

바로 그렇다고 본다면 김회장 사표때문에 정부및 채권은행단과 첨예한
대립을 계속할 까닭이 무엇인지 생각해볼 대목이다.

김회장이 물러나더라도 기아사정에 정통한 내부인사가 뒤를 잇도록해
"외풍"을 차단하는 것이 기아측 바람이라면, 불필요한 감정대립은 더욱
무의미하다.

정부나 채권은행단도 오늘처럼 기아사태가 꼬인데 대해 책임을 느끼는
것이 당연하다.

절대로 그럴리 없다고 믿지만, 시중에서는 이른바 시나리오가 있기 때문에
기아사태가 빚어졌다고 보는 시각도 결코 만만치 않다.

왜 그런 "억측"이 나돌게 됐는지 우선 정부당국자들은 반성하는 점이
있어야하고, 앞으로의 기아처리과정에서도 정부의 도덕성에 의구심이
제기되지 않도록 해야할 것이다.

아울러 "기아협력사 추가지원 없다"는 따위의 무책임한 발언을 연일
되풀이 해야할 까닭이 없다는 점도 분명히 지적하고 싶다.

정부 채권은행단 기아가 고집으로 일관, 나라경제를 어렵게만 만드는 것은
결코 용납할 수 없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9월 2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