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에서 인심난다''

벌이가 신통해야 베풀 여유가 생긴다는 뜻의 이 우리속담은 태평양 건너
미국의 BMC소프트웨어사에 꼭 어울리는 말이다.

대형컴퓨터용 소프트웨어 개발업체인 이 회사의 종업원 1인당 평균임금
(임원 제외)은 지난해 무려 8만5천달러.

우리 돈으로 7천6백만원을 웃도는 금액이다.

여기다 연봉이 50만달러(약4억5천만원)를 훌쩍 뛰어넘는 직원도 줄잡아
30여명에 이른다.

이처럼 이 회사가 종업원들에게 넉넉하게 인심을 쓰는 것은 광이 알곡으로
가득차있기 때문이다.

BMC소프트웨어의 종업원 1일당 순이익은 지난해 9만9천달러.

소프트웨어 개발업체중 빌 게이츠의 마이크로소프트(11만5천달러)에 이어
2위를 달리고 있다.

순이익도 지난해의 경우 1억6천4백만달러를 기록, 전년보다 55% 늘어나는
등 가파른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이같은 실적을 지렛대삼아 주가는 지난 한햇동안 2배나 올랐다.

현재 주가는 지난 88년의 기업공개때와 비교하면 36배나 오른 금액이다.

"파격적인 성과급제"가 이같은 호황의 밑거름이 되고 있다는 것이
경제전문잡지 포브스의 진단이다.

이 회사는 새로운 소프트웨어를 개발한 직원에게 5년동안 제품 판매수익의
5%를 성과급으로 떼어준다.

5년이 지나면 제품을 업데이트한 디자이너에게도 판매수익의 2%를 준다.

신제품 개발 열기가 뜨거울 수밖에 없다.

실제 지난 한햇동안만 48종의 신제품이 쏟아졌다.

이에따라 최고경영자보다 임금을 더 많이 받는 종업원마저 생겨나고 있다.

맥스 와트슨 회장의 지난해 연봉은 약 1백만달러.

지난해 종업원 2명이 회장보다 연봉을 더 많이 받는 무례(?)를 범했다.

파격적인 성과급은 연봉에만 그치지 않는다.

지난 4월에는 좋은 성과를 낸 93명의 소프트웨어 개발직원에게 무료
선박여행권을 나눠줬다.

2천5백만달러이상 팔린 제품을 개발한 3명에게는 파리와 이스탄불을 잇는
호화열차인 오리엔트특급을 이용할 수 있는 티켓도 쾌척했다.

성과급제와 함께 제품의 마케팅 비용이 거의 들지않는 점도 실적향상에
보탬이 되고 있다.

BMC소프트웨어의 주요 고객은 대기업 은행 증권사등 대형업체들.

따라서 TV광고 등 일반소비자를 겨냥한 값비싼 마케팅을 할 이유가 없다.

이 회사의 주요 마케팅 수단은 전화통화다.

BMC소프트웨어사가 승승장구하자 미국에선 그 비결을 전수하려는 기업이
하나 둘 늘어나고 있다.

물론 비결은 누구나 알고 있는 것처럼 "파격적인 성과급제",
즉 당근전략이지만 정작 우려하는 것은 이전략이 다른 기업에도 통할
것인가 하는 의문이다.

이에 대해 미국의 포브스는 적어도 소프트웨어 개발업체에는 이 방법이
효험이 있을 것이라고 진단하고 있다.

BMC소프트웨어의 당근전략은 창업자인 존 무레스가 생각해낸 것.

돈이 궁했던 그는 뛰어난 인재를 모으기 위한 방편으로 당근전략을
생각해냈다.

무레스는 지난 88년 BMC소프트웨어의 주식을 모두 처분한뒤 또다시
페레그린시스템이라는 소프트웨어 개발업체를 설립했는데 여기서도
당근전략은 유감없이 위력을 발휘했다.

페레그린시스템의 가치는 창립당시 1천3백만달러에서 올해초 기업공개시
1억5천3백만달러로 껑충 뛰었던 것이다.

그렇다고 이 회사의 앞날이 온통 장밋빛 일색인 것만은 아니다.

점점 파워가 세지고 있는 PC가 대형컴퓨터 시장을 야금 야금 갉아먹기
시작하면서 위협적인 존재로 떠오르고 있다.

PC의 공격에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하면 심각한 위기상황에 빠질 수도
있다는 것이 경영진의 인식이다.

현재까지 BMC소프트웨어는 잘 대응해오고 있다는 평가다.

세일즈 활동을 강화하는 한편 판매업자들과 파트너 계약을 맺어 제품
재구매를 유도하면서 성공적으로 시장을 방어하고 있다.

또 PC시장을 겨냥, PC용 소프트웨어 개발에도 박차를 가하는 등 역공세를
취하고 있다.

당분간 이 회사의 광이 축날 일은 없을 것 같다.

<조성근 기자>

(한국경제신문 1997년 9월 2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