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승은 아름답다.

그러나 우승까지의 여정은 너무도 길고 힘겨웠다.

정일미(25.FILA)와 박세리(20.아스트라).

한명은 올 2관왕의 "국내 스타"였고 또 한명은 세계 정상을 목표로 하는
"스타중의 스타".

이들은 28일 88CC 서코스 (파72)에서 벌어진 제3회 제일모직
로즈여자오픈 최종일 경기에서 연장 다섯번째 홀까지 가는 "대 접전"을
펼쳤다.

5시간 50분에 이르는 혈전의 승자는 예상대로 박세리.

"18번홀-18번홀-17번홀-18번홀-17번홀"로 이어진 연장전 5번째홀
(17번홀, 파4-2백89m)에서 박세리는 6m 거리에서 2퍼트로 파를 잡으며
보기에 그친 정일미를 제압했다.

정일미는 그때 약 12m 거리에서 퍼팅했고 1.2m 파퍼트가 홀 오른쪽으로
빠지며 3퍼트 보기를 범했다.

두명은 4차례에 걸친 연장전에서 모두 파로 비겼었다.

마침 이날 생일을 맞은 박세리는 여자대회 국내 최고액인 40만달러의
총 상금중 우승상금 7만2천달러 (약 6천5백만원)를 획득했고 거기에
1천만원짜리 로즈 자켓을 부상으로 받았다.

정일미는 이날 12번홀부터의 3연속 버디를 발판으로 이틀연속 3언더파
69타(버디4.보기1개)를 치며 3라운드 합계 6언더파 2백10타로 연장돌입에
성공했다.

반면 전날까지 4타차 선두였던 박세리는 보기4, 버디3개의 기복을 보이며
1오버파 73타를 기록, "당연한 기대"에 따른 부담감을 반영했다.

연장전은 "버디 아니면 보기"로 결정되게 마련.

그러나 이들의 버디퍼트는 항상 아슬아슬하게 홀에 못미치거나 스쳤고
보기를 예상하기엔 두 선수의 기량이 워낙 "팽팽한 톱수준"이었다.

그러나 결과는 보기 승부.

최종순간 캐디와 1.2m의 짧은 파퍼트 퍼팅라인을 의논한 것이
요인이었을까.

정일미는 결국 길고 긴 하루를 2위로 마감해야 했다.

어쨋거나 정일미는 국내 최강자의 이미지를 다시 각인시킨 셈.

또 박세리도 오랫만의 국내무대에서 다시 우승, "객관적 기량은 우승의
극히 일부적 요인"이라는 속성을 보란듯이 이겨내며 골프팬들의 기대를
더욱 두텁게 했다.

< 김흥구 전문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9월 2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