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의 한 지인으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일흔 살이 내일모레라며 자신을 소개하는 전화기 너머 목소리는 우렁차고 활기찼다. 공공일자리로 노년의 적적함을 메우고 용돈벌이를 하다가 좋은 채용 기회가 있어 작은 기업이지만 취업이 됐다고 했다. 법적인 문제가 있어 노무사에게 연락한 것인가 싶었는데 “어떻게 일하면 계속 일할 수 있는지를 물어보고 싶은 것”이라며 “내 나이에 법을 따지면 되겠냐”고 장난스레 되레 질책을 한다. 건강하고 직무능력이 인정됐기에 정식 채용됐을 거라 생각해 지금처럼만 하시면 충분하실 것이라고 덕담 드렸다.어머니 지인 사례와 같이 70세 전후로도 일자리를 찾고 열심히 일하고 싶어 하는 경우가 상당히 많다는 것을 알게 됐다. 노인 일자리 화두가 어느새 우리 주변의 문턱까지 다가왔음을 몸소 체감하게 된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 국내 65세 이상 인구는 전체 인구의 20%를 차지해 ‘초고령사회로 진입했다. 2050년에는 65세 이상 인구 비중이 40%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고 한다. 국민 열 명 중 네 명이 65세 이상이 되는 것이다. 고령화 시대 준비를 위한 담론이 필요한 시점인데 일자리 문제는 단연코 논의의 중심이 된다. 노년의 건강한 삶은 일을 통한 안정적 소득에 바탕을 둬야 하기 때문이다.고령화 시대에 맞춘 노동시장 재편을 준비해야 하는 우리 사회의 현주소는 어떨까. 노사는 현행 60세 정년을 연장하는 것을 골자로 한 노동 기회 제공과 그에 맞는 적정한 처우에 관해 논의하고 있다. 정부는 중재자로 나섬과 동시에 공공, 사회적 일자리 확충과 구직·구인자 매칭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정부는 올해 약 110만 개의 노
광장은 분노와 심판의 열기가 들끓는 공간이다. 본래 청년들은 쟁취와 해방의 좌파 광장에 있었다. 지난 50년간 거리 민주화 운동의 전위부대였다. 그들에겐 더 나은 사회를 만든다는 명분과 열망이 있었다. 어느덧 세상이 바뀌어 2030 청년들의 우파 광장 진입이 시작됐다. 정치적 유불리를 떠나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는 변화다. 극우라는 폄하는 적절하지 않을뿐더러 이 현상을 온전히 설명하기 어렵다. 우파 유튜버의 극성스런 세례를 받았다는 분석도 편향적이다. 정치 유튜브 열풍이 한두 해의 일도 아니고 그 수준이 갑자기 고양된 것도 아니다.윤석열 대통령 탄핵 반대에 결집한 청년들은 기존 광장에 있던 사람들이 아니다. 학교와 직장과 집을 오가면서 차분한 일상을 영위하던 젊은이가 대부분일 것이다. 여러 여론조사에서 확인되는 수치를 보면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부터 구속에 이르는 40여 일 사이에 줄잡아 백만 명 정도의 2030 청년이 보수 쪽으로 돌아선 것으로 추정된다. 무소불위 더불어민주당의 이재명 대표에 대한 반발심도 작용했겠지만, 순전히 정치적 요인만은 아닐 것으로 본다.한국 청년들은 유사 이래 가장 스마트하다. 일개 유튜버가 속여넘길 정도의 지적 수준이 아니다. 디지털 문명에 최적화돼 있고, 혼자 힘으로 지구촌 곳곳을 여행하며, 해외 주식 투자를 통해 바깥세상 돌아가는 일에도 정통하다. 엔비디아와 테슬라와 TSMC와 삼성전자 주가를 종주하며 첨단산업의 동향과 미래 기술 지형 변화를 꿰뚫고 있다. 인공지능(AI) 시대에 우리 기업과 산업이 어떻게 해야 존속할 수 있는지를 정확하게 알고 있다.여러 복합적 요인 속에서도 그들이 정치적 목소리를 본격적으로 내기
일본 대표 배우가 총출동한 드라마로 유명한 ‘관료들의 여름’은 1950년대 일본 경제를 부활시키려는 통상산업성(현 경제산업성) 관료들의 분투를 그렸다. 주인공인 자동차과장은 일본의 모든 가정이 승용차 한 대씩을 보유하는 ‘국민차 구상’을 실현하기 의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도로 포장률이 5%에 불과하고 차 한 대 값이 집 한 채 값인 나라에서 무슨 국민차 시대냐’는 대장성(현 재무성)의 반발을 무너뜨리려 언론에 기사를 흘려 여론전을 펼치는 것은 기본이고 집권당 고위 간부를 끌어들여 대장성을 대신 설득시키는 술수에도 능하다. 이들이 있어 일본은 1960년대 고도성장기를 거쳐 세계 2위 경제 대국으로 부활했다.견제·균형으로 반도체 살리는 日지금도 일본 언론들은 재무성과 경제산업성의 관계를 곧잘 ‘전통의 라이벌’로 표현한다. 최근에는 반도체산업 지원을 놓고 라이벌전이 불꽃 튀었다.2021년 경제산업성은 “일본의 반도체 점유율이 2030년 ‘제로(0)’가 될 것”이란 보고서를 발표했다. 다른 건 몰라도 기술력 하나만큼은 여전히 일본이 세계 ‘넘버 원’이라고 철석같이 믿고 있던 일본인들은 충격에 빠졌다. 여론을 등에 업은 경제산업성은 반도체 기업 라피더스를 설립하고 막대한 재정 지원을 쏟아부을 수 있었다. ‘반도체 지원용 국채’를 발행하고, 출자와 채무보증까지 설 수 있도록 법을 만들었다.재무성은 지난 3년간 국내총생산(GDP) 대비 일본 정부의 반도체산업 지원 금액(3조9000억엔)이 0.71%로 미국과 프랑스(0.2%), 독일(0.4%)의 2~3배에 달한다는 통계로 반격했다. 경제산업성의 질주로 반도체산업에 파격적